가족을 죽이려고 한 그들의 죗값은 '이것'에 따라 결정됐다
가족을 죽이려고 한 그들의 죗값은 '이것'에 따라 결정됐다
시어머니에게 흉기 휘두른 며느리,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징역 4년 선고
점점 증가하는 존속살해미수사건⋯지난 2016년 23건→2019년 30건으로 증가
최근 2년간 판결문 분석해보니⋯'이 요소'에 따라 실형과 집행유예 결정 달라졌다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은 13건의 판결문을 분석해봤더니 '이 요소’들에 따라 처벌 수위가 결정됐다. 집행유예와 실형이 나온 사건으로 나눠 그 요소들을 정리해봤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며느리 A씨가 휘두른 흉기가 시어머니의 복부로 향했다. 살해할 의도가 다분한 공격이었다. 반나절 전 시어머니의 목을 졸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살해 의도는 확실했다.
A씨는 "시어머니의 구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조사하고 법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3년 전부터 함께 살기 시작한 시어머니는 A씨가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수시로 지적을 했다. 욕설에 가까운 발언도 있었다. 사건 당일에는 "왜 딸내미 밥을 안 주냐" "(며느리를) 왜 데려왔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다행히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집에 함께 있던 가족이 A씨를 말려 시어머니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래도 상처 부위가 작지 않았다. 약 10주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속적으로 언어적 괴롭힘을 받은 정황이 있었지만, 살인미수는 살인미수였다. 게다가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시어머니였기 때문에 형량이 더 무거운 존속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1심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정제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실형이 나온 이유 중에는 A씨가 시어머니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존속살해미수.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直系尊屬)을 살해하려고 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을 때 적용되는 혐의다. 끔찍한 범죄인 데다 요건이 까다로워 이런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가 적을 것 같지만, 이런 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3건에서 지난해에는 30건에 이르렀다.

로톡뉴스는 A씨 사건을 취재하면서 최근 2년간 벌어진 존속살해미수 사건 판결문 전체를 열람해봤다. 사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4개의 사건을 제외하면 총 13건의 판결문을 분석했다. 살펴보니 피고인들이 받은 형량에는 뚜렷한 경향성이 있었다.
어떤 기준을 충족하면 반드시 집행유예가 나왔고, 또 다른 기준을 충족하면 반드시 실형이 결정됐다.
정신질환을 앓던 피고인 B씨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아버지를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 한밤중에 잠을 자고 있던 아버지에게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다행히 B씨 아버지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다만, 피부가 찢어져서 생기는 열상을 입었다.
사건을 맡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해 5월 B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머리를 자르라"는 말에 격분해 어머니를 흉기로 찌른 피고인 C씨. 하지만 청주지법은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D씨의 경우도 "왜 반찬을 남기냐"고 말한 어머니의 몸을 흉기로 상처를 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이 적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을 포함해 '집행유예'가 나온 존속살해미수 5건의 사건은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피해자가 밝힌 처벌불원 의사였다. 더불어 '피해자의 가벼운 상해'도 집행유예 요소였다.
반대로 실형이 나온 사건들은 피해자가 입은 상처가 심각했던 경우였다.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재판을 받은 E씨 사례가 이 경우에 해당했다. 그는 장인이 아내에게 돈을 빌려 간다고 오해했는데, 말다툼 끝에 장인의 머리와 팔을 쇠망치로 수회 내리쳤다. 장인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그대로 도망갔다.
E씨는 사건 후에도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장인과 합의도 못 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판결한 존속살해미수 사건도 비슷했다. 어머니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쥐약을 탄 물을 강제로 먹인 딸은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다.
어머니는 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가해자가 과거에 한 번이라도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면, 그 경우에도 반드시 실형이 나왔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바를 확실하게 재판부에 전달했더라도 그랬다.
지난 2018년 재판을 받은 F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자녀가 아버지를 때린 사건이었다. 아버지는 생명을 잃을뻔했지만, 그래도 서울고법 재판부에 자녀의 선처를 빌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F씨가 과거에도 두 번이나 아버지를 때린 전력이 있었다"며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실형이 선고된 존속살해미수 사건 중에 특이했던 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한다"고 명시적으로 말했을 때, 100% 실형이 나왔다는 점이다. 피해 정도와 상관없이 징역형이었다.
서울서부지법은 어머니에게 "세탁기를 그만 사용하라"는 취지의 핀잔을 받자 흉기로 어머니를 여러 차례 찌른 사건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다. 이 사건에 어머니는 "반드시 처벌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수용됐다. 대구고법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사건의 경우도 피해자인 어머니가 처벌 의사를 명확히 밝혔었다.
지난 2019년 "주위에 자신의 험담을 한다"는 오해를 한 뒤 어머니를 흉기로 찌른 아들의 경우도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재판부는 "상해 정도는 중하지 않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한편, 일반적으로 감경요소로 보는 자수와 반성은 의외로 영향이 없었다. 자수를 해도 실형이 나온 경우도 있고, '진지한 반성’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어도 실형이 나온 경우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