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합니다” 그 판사의 사과는, 국민이 진짜 바라던 사법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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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합니다” 그 판사의 사과는, 국민이 진짜 바라던 사법부의 모습이었다

2019. 12. 03 20:02 작성
안세연 인턴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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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3일 서울남부지법에서는 이모씨에 대한 재판이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열렸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재판을 말한다. 단 배심원이 유·무죄에 대해 내리는 평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재판부가 참고만 한다. / 안세연 기자

지난 10월 7일 의정부지법 1호 법정. 선고를 앞둔 재판장 입에서 "반성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재판을 받은 피고인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자신을 포함한 판사들이 그래야 한다는 말이었다.


"오늘 재판의 결론 중 일부는 평상시 직업 법관들이 판단 내린 것과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전문 직업인들과 국민들의 생각이 다른 지점을 반성하겠습니다."


재판장을 맡은 이영환 부장판사가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12시간 가까이 이어진 재판을 함께했던 배심원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부장판사는 이날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상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前) 부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당방위를 인정해서다.


정당방위는 직업 법관들이 진행하는 일반 재판에서 인정되는 일이 매우 드물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인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고, 이 부장판사가 이를 받아들였다. '폭행 피해자'인 불륜 상대방이 증거로 제출한 진단서보다 '불륜 피해자'인 전 부인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이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재판에서 패배한 검사들을 위로했다. "소송 준비가 부족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죄판결이 되어야 할 사건이 유능한 검사로 인해 유죄가 된다면 그게 더 나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취재하겠다고 수도권 곳곳의 법원을 돌아다닌 지 벌써 석 달째다. 남쪽으로는 수원, 북쪽으로는 의정부, 서울의 동남북서 구석구석을 찾아갔다. 오전에 시작한 재판이 자정 넘도록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7번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직접 마주 본 판사들의 모습은 판결문 속 딱딱한 활자로 만났을 때와 확연히 달랐다.


재판이 긴 시간 동안 이어지면 "늦어져서 미안하다"며 자신을 낮췄고, '평의 전에 미리 토론하면 안 된다'는 간단한 안내 사항도 "사건 이야기 대신 날씨나 연애 이야기를 하시라"며 농담으로 소화했다. 잔인한 범행 장면이 묘사될 땐 혹시 방청하고 있을 어린아이들에게 "미리 조치를 취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나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판사를 떠올리면 '무미건조하고, 냉철하며, 가끔 이해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언론에 나오는 판결문 몇 줄이 판사를 접할 수 있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판결이 국민 법 감정과 맞지 않는다면 모든 욕은 판사에게 쏠린다.


그러나 실제 온종일 재판에 참여한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은 "판사의 마음을 이제는 알겠다"고 말한다. 밤늦게 법정을 빠져나올 때면 매번 들리는 말이다. "이렇게 고심해서 판결을 내리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들 한다.


사법 신뢰가 조금씩이라도 회복되고 있다면 국민참여재판을 준비하고, 또 진행하는 판사들의 고단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던 판사들의 친절함과 따뜻함,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판사의 모습일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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