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 64시간 근무로 쓰러지자 "우리 직원 아냐" 발뺌한 연예기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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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 64시간 근무로 쓰러지자 "우리 직원 아냐" 발뺌한 연예기획사

2025. 09. 01 17:5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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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격무에 시달리던 팀장 뇌출혈로 쓰러져

법원 "20% 책임"

연예기획사 팀장이 과로 끝에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회사는 "직원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셔터스톡

새벽 4시 40분,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리던 연예기획사 팀장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회사는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지만, 법원은 근로계약서에 찍힌 도장 하나를 근거로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예기획사 캐스팅부 팀장 A씨의 삶은 24시간 대기 상태였다. 소속 연예인의 스케줄에 맞춰 밤낮없이 현장을 관리하는 것이 A씨의 일이었다. 비극이 닥치기 직전,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동료 여러 명이 퇴사하면서 A씨의 어깨 위로 감당하기 힘든 업무가 쏟아졌다.


쓰러지기 전 4주간, A씨의 주 평균 업무시간은 64시간 3분에 달했다.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업무상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보는 기준(주 64시간)을 넘어서는 수치였다.


2018년 6월 6일 새벽 3시 30분, 촬영이 끝났다. A씨가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 40분. A씨는 곧바로 쉬지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서류 작업을 마쳤다. 그리고 침대로 향하던 그 순간, A씨는 뇌출혈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 사고로 A씨는 신체 좌측이 마비되는 영구적인 후유증을 얻었고, 기대수명도 정상인의 85% 수준으로 단축됐다.


"우리 직원 아니다" 서류 한 장으로 남이 된 직원

법정 다툼이 시작되자, A씨의 소속사였던 B사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A씨는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므로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회사는 A씨가 대표 C씨의 개인사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었을 뿐, 법인인 'B'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직원이 과로로 쓰러지자, 이름만 비슷한 유령 회사를 내세워 법적 책임을 피하려 한 것이다.


법원 "도장이 증거"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방일수 판사는 회사의 얄팍한 꼼수를 꿰뚫어 봤다. 재판부는 A씨와 B사 사이에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A씨의 근로계약서에 찍힌 B사의 도장이었다. 또한, 대표 C씨가 평소 개인사업체와 법인 B사의 명의를 혼용해왔으며, B사 스스로도 수사기관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서류에서 A씨를 '소속 근로자'라고 인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회사가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할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A씨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알면서도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거나 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을 물은 것이다.


다만, 회사 책임은 20%

법원은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범위를 20%로 제한했다. 뇌출혈의 주된 원인이 A씨가 기존에 앓고 있던 고혈압에 있고, 스스로 건강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 또한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법원이 인정한 회사의 배상액은 A씨가 청구한 3억 3천여만 원에 크게 못 미치는 5,010만 원으로 결정됐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단5274802 판결문 (2025. 8. 22.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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