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끝나지도 않았는데 의사가 사라졌다…팔꿈치 수술 환자 3개월째 의식불명
수술 끝나지도 않았는데 의사가 사라졌다…팔꿈치 수술 환자 3개월째 의식불명
수술실 떠난 의사들, 책임 피하기 어렵다

간단한 팔꿈치 수술이라던 환자가 3개월째 의식불명이다. 마취과 전문의는 마취 12분 만에 수술실을 떠났고, 집도의도 자리를 비웠다. /셔터스톡
간단한 팔꿈치 수술을 받으러 수술실에 들어간 40대 여성이 3개월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나지도, 심지어 수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담당 의사들이 줄줄이 수술실을 떠난 탓이다. 의료진은 서로 상황을 몰랐다며 발뺌하고 있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냉혹하다.
간단한 수술 뒤 3개월째 의식불명…그때 수술실엔 의사가 없었다
사건은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발생했다. 40대 여성 A씨는 팔꿈치 수술을 받던 중 심정지가 발생해 3개월째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다.
당시 마취과 전문의는 마취 후 약 12분 만에 수술실을 떠났고, 집도의 역시 수술 후 자리를 비우면서 환자는 수술실에 방치됐다.
이후 환자에게 이상 징후가 나타나자 간호사가 마취과 전문의에게 연락했지만, 그는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전화로만 해독제 투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해독제 투여 후 A씨에게는 결국 심정지가 찾아왔다.
프리랜서 마취의의 이탈…변호사 "관행으로 과실 정당화 어려워"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당 마취과 전문의는 병원에 상주하는 형태가 아닌, 여러 병원을 오가는 프리랜서였다. 이 때문에 다른 병원 일정으로 이동 중이었다는 해명이 나왔지만, 법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4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김연근 변호사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변호사는 "마취과 전문의는 단순히 마취제를 투여하는 것으로 임무가 끝나지 않는다"며 "부득이 자리를 떠날 경우에는 담당 간호사를 특정하여 환자 상태를 계속 주시하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프리랜서라는 근무 형태가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변호사는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하더라도, 환자를 직접 담당하는 이상 동일한 수준의 주의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라며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실이 정당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의 책임은 마취과 전문의, 집도의, 그리고 병원 모두에게 향할 수 있다.
수술실을 이탈한 두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은 물론, 프리랜서 의사를 활용하면서도 환자 안전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병원의 관리 책임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비슷한 비극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23년 12월, 서울 강남의 한 모발이식 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20대 여성이 수면마취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최근 1심 법원은 병원 원장에게 약 6억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마취제 허용 범위 초과, 수술 중 활력징후 관찰 소홀, 미흡한 응급상황 대처, 그리고 설명의무 위반을 의료진의 명백한 과실로 짚었다.
김 변호사는 두 사건이 "마취 상태에서의 환자 관리"라는 핵심 쟁점을 공유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팔꿈치 수술 사건은 의료진의 이탈이라는 정황이 심정지라는 결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인과관계 입증이 향후 재판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무기록부터 빨리 확보하라"…막막한 의료사고 대처법
의료 지식이 부족한 일반 환자나 유족이 병원의 "기록상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증거 수집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변호사는 "일단 가장 중요한 게 병원에서 작성된 의무기록을 최대한 빨리 확보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술기록지, 마취기록지, 간호기록지 등 시간 순서대로 작성된 자료와 수술실 CCTV, 의료진 출입 기록이 핵심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만약 병원이 개인정보 등을 핑계로 자료 제공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변호사는 진료기록 사본 발급을 정식으로 요청하고 내용증명을 남길 것을 권했다. 그래도 협조하지 않는다면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하거나 형사 고소를 통해 수사기관이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