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와 소송하다 주소 노출된 크레용팝 웨이⋯정보 유출 막으려면 '이렇게' 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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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와 소송하다 주소 노출된 크레용팝 웨이⋯정보 유출 막으려면 '이렇게' 했어야

2020. 09. 14 18:57 작성2020. 09. 15 18: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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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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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팝 출신 웨이, 악플러 상대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급하게 이사

"소송할 때 절대 집 주소 적지 마라" 조언 흘려듣지 말아야 하는 이유

피해자 노출 '최소화' 하려는 입법 있었지만⋯법 개정은 아직

나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사람. 고민 끝에 고소해 법의 심판을 받게 했지만, 그 사람에게 내가 사는 주소가 알려진다면 어떨까. 크레용팝 웨이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유튜브 '웨이랜드'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나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사람. 고민 끝에 고소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판결문에 내가 사는 주소가 적혀 '그 사람'에게 송달된다면 어떨까.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가장 숨기고 싶은 '내 위치'를 법원이 알려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는 실제로 그룹 크레용팝 출신의 웨이에게 일어난 일이다.


지난 9일, 웨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웨이랜드'에서 악플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이겼지만, 악플러에게 집 주소가 공개돼 결국 이사하게 됐다는 영상을 올렸다. 법원이 악플러에게 보내는 '가처분 결정 통지문'에 원고인 웨이의 주소가 동⋅호수까지 적혀 나갔다는 것이다.


가처분은 법원에 어떤 행위를 임시로 해달라는 요구다. 만약 웨이가 악플러에 대해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소송 당사자들에게 "악플러는 OO(웨이 주소)에 사는 웨이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결정문을 발송한다.

크레용팝 출신의 웨이는 악플러에게 집 주소가 공개돼 결국 이사하게 됐다는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 '웨이랜드' 캡처
크레용팝 출신의 웨이는 악플러에게 집 주소가 공개돼 결국 이사하게 됐다는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 '웨이랜드' 캡처


이 때문에 원래 집에서 급하게 이사까지 한 웨이. 이후 시청자들에게 "고소할 때 절대 주소를 적지 말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주소를 적지 않고도 고소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는 영상에 담기지 않았다.


로톡뉴스는 변호사들과 사안을 추가로 검토해, 웨이가 말한 '팁'을 구체화할 방법을 정리해봤다.


동명이인 구분 위해⋯주소 등 개인정보 적어야 하는 민사 소송

우선, 웨이의 집 주소가 법원 결정문에 노출된 건 민사소송의 특징 때문이다.


민사소송은 원고(소송을 제기한 자)와 피고(소송을 당한 자) 간의 법적 다툼이다. 본격적인 다툼이 시작되기 전 법원은 원고에게는 피고에 대한 정보를, 반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한 정보를 알린다. 누구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지를 당사자들에게 고지하는 것이다.


이때 이름만 알려줘서는 충분하지 않다. 동명이인을 구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 주소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추가 정보를 이름과 함께 양측에 알린다.


이는 민사소송규칙 제2조(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의 기재사항) 제1항 제2호에 규정돼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해당 조항에선 "서면을 제출하는 당사자와 대리인의 이름⋅주소와 연락처)를 적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무법인 혜명의 김병영 변호사는 "당사자 특정 문제가 결부돼 있기 때문에 통상 원고의 현재 주소지를 소장에 기재한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우진의 김혜진 변호사도 "소송의 원활한 진행과 송달을 위해 당사자의 주소를 기재하고 있다"고 했다.


변호사들 "실제 주소지 말고 다른 주소지 적어도 됩니다"

실제로 소송을 했다가 이사까지 하는 고초를 겪은 웨이는 이후 시청자들에게 "고소할 때 절대 주소를 적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에 김병영 변호사는 "주민등록상 현재 주소지 말고 다른 주소지를 기재해도 판결을 받는 데 문제없다"며 "지인의 집이나 사무실 주소를 적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도 "원고의 주소 노출을 피하기 위해 원고의 주소를 사무실 주소로 기재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 외에 주소를 잠시 이전해 놓고 소송을 진행하거나, 지인이나 친척 집 등 임의의 거주지를 기재하는 등의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혜명의 김병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 법률사무소 우진의 김혜진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혜명의 김병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 법률사무소 우진의 김혜진 변호사. /로톡 DB


즉, 웨이도 소속사 사무실 주소를 적는 등 주소 노출을 최소화할 방법이 있었다. 그랬다면 악플러의 눈을 피해 도망치듯 이사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이런 방법은 생소할 수 있다.


피해자 노출 최소화하는 입법 있었지만⋯법 개정은 안 돼

피해자의 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일은 비단 웨이만의 일은 아니다. 보복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고, 실제로 이 때문에 소송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지세훈 변호사도 "일부 피해자들은 추가 피해나 보복 범죄 등에 대한 두려움으로 손해배상 청구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구조적으로 보완할 수는 없을까. 입법 움직임도 있었지만, 진전은 크게 없다.


지난 2018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범죄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 노출을 방지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에는 당시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도 피해자의 성명과 주소 등을 가리는 내용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뿐이었다. 이름이나 주소를 가리면 '누가 누구에게 소송했는지 혼동될 수 있다'는 우려를 넘지 못했다. "법원 등 꼭 정보를 알아야 하는 사람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는 보완책도 제시됐지만, 법 개정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혜진 변호사는 "기술적으로 판결문과 결정문 자체에 세부 주소까지 올리지 않고 동까지만 노출되도록 하고, 세부주소에 대하여는 별도 필요한 경우 법원에서 확인을 받아야만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어쩔 수 없이 '다른 주소'를 입력해서 이 문제를 회피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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