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범 가능성' 매우 높은 성착취물 제작男⋯전자발찌 기각하고 집행유예 선처한 법원
[단독] '재범 가능성' 매우 높은 성착취물 제작男⋯전자발찌 기각하고 집행유예 선처한 법원
미성년자 협박해 성착취물 제작⋯피해자는 극단적인 선택 시도
"성범죄 다시 할 위험이 매우 높다"면서⋯집행유예 선고한 재판부
변호사들 "집행유예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는 '이것' 때문"
![[단독] '재범 가능성' 매우 높은 성착취물 제작男⋯전자발찌 기각하고 집행유예 선처한 법원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600847402277785.jpg?q=80&s=832x832)
초등학생인 피해자를 상대로 상습적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법원은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말풍선 속 표현은 모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한 말.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아직 초등학생인 피해자를 상대로 상습적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법원은 "피고인이 성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검찰이 최소한 전자발찌라도 부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마저도 기각했다.
이러한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은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피해를 겪은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주장했지만, 2심 법원 역시 같은 판결을 내렸다.
검찰 공소사실에 열거된 A씨 범죄 혐의는 텔레그램 성착취 공유방인 'n번방'식 성착취 범죄와 매우 유사했다. A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B양(12)을 강제추행하고 협박해서 성착취물 수십 개를 찍도록 한 뒤 확보된 성착취물로 다시 협박한 혐의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양에게 자신을 "주인님" "A신(神)님"이라고 부르도록 하기도 했다.
수십개의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은 성착취물의 증거를 검토한 법원은 "죄질이 나쁘고,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종 형량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로 인해 A씨는 바로 일상으로 복귀했다. 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없었다.
로톡뉴스는 법원이 택할 수 있었던 다른 선택지는 없었을지 성범죄 사건을 많이 경험한 변호사들과 함께 검토해봤다. 그 결과, 최소한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재범 위험성이 큰 A씨를 더 높은 수준으로 제재할 방법이 있었지만, 법원이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2월, 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나 사귀게 된 A씨와 B양. 얼마 지나지 않아, A씨가 B양에게 사진 등을 촬영해 보낼 것을 요구하며 사건이 시작됐다.
B양은 이를 거부하며 헤어지자고 했지만, A씨는 "휴대전화를 해킹해 (B양의) 부모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알리겠다"며 겁을 줬다.
A씨의 괴롭힘은 지독했다. 그는 B양에게 특정한 자세로 촬영할 것을 구체적으로 강요했고, 촬영 복장과 사진 전송 빈도까지 강제했다. 이런 요구들은 극히 변태적이었는데, 어린 나이의 B양이 듣기엔 이해조차 되지 않는 행동들이 많았다.
이에 A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성착취 영상물을 보내며, 그대로 따라 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 영상을 확인한 재판부가 "혐오감을 일으키는 영상"이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각종 성범죄 수사에 닳고 닳은 검찰조차도 수사를 진행하면서 A씨가 B양에게 요구한 단어 뜻을 몰라 별도 보고서까지 작성해 '아〇〇〇' '〇〇〇〇〇'의 뜻을 파악하기도 했다.
만약 B양이 연락하지 않으면 "내가 안 무섭니. 부모님한테 전화 건다"고 말하며 재촉하기도 했다. A씨는 자신과 B양의 관계를 '주인과 노예'로 설정한 뒤, B양에게 벌을 준다는 식으로 범행을 정당화했다. B양이 불러야 할 호칭 중에는 "신님"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그렇게 두 달 넘게 계속된 괴롭힘에 고통스러워하던 B양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결국 B양의 지인이 경찰에 신고하며, A씨가 붙잡혔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용찬 부장판사)의 심리로 이 사건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에 대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어린 피해자를 자신의 왜곡된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삼았다"며 "(피고인은) 최초 수사기관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조사에 임하기도 했다"고 판시했다.
피고인에게는 성범죄 '습벽'(習癖⋅오랫동안 자꾸 반복해 몸에 익어버린 행동)이 있다고 판단됐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피고인의 환경 등에 비춰봤을 때 성폭력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여기까지 보면 재판 결과, '무거운 형량'이 선고될 것 같았다. 하지만 피고인에게는 유리한 양형 사유가 있었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하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보였다는 점이다. 또한 피고인은 형사 처벌 전력도 없었다.
그 결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3년간 취업 제한, 2년간 보호관찰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검사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A씨는 1심 선고일에 자유의 몸으로 풀려났다.
검사가 항소하며 지난 1월 대전고법에서 2심(재판장 이준명 부장판사)이 열렸지만 결과는 1심과 같았다.
이 판결문을 분석한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감경 요소가 많았던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집행유예'는 형량을 깎아줄 요소가 많아 나온 결과라는 취지다. 가장 중요한 감경요소는 '피해자의 용서'였다.
법무법인 법과사람들의 우희창 변호사는 "성범죄와 같이 피해자가 있는 형사건의 양형에 있어 피해자와의 합의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미담의 이광웅 변호사는 "상습성 습벽이 가중요소로 고려됐어도 피해자와 합의, 초범, 반성 등 감경 요소가 너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이뤄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판사의 재량으로 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전자감독과 관계자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판사의 재량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도 전자감독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원칙적으로 선고유예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전자장치부착법 제9조 제4항 제4호에 따라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된다.
단, 같은 법 제28조 제1항에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보호관찰을 받도록 한 때에는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건 아니다. 이에 따르면 집행유예와 보호관찰 선고가 내려진 A씨에게도 판사의 판단에 따라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가능했다.
이에 대해 이광웅 변호사는 "(재판부가) 피고인 A씨에게 2년의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시했기 때문에 부착 명령을 하려고 했다면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법률 자문

다만, 앞으로 A씨와 같은 범행에 이 같은 관대한 처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이전보다 강화된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기준안이 제시한 디지털 성범죄에는 A씨가 저지른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등이 포함된다. 해당 혐의의 기본 형량은 5~9년, 최대 29년 3개월까지 처벌이 가능하도록 설정됐다.
특히 이번 사건의 피해자처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피해가 심각한 경우 처벌이 가중된다.
감경 요소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요한 감경 요소로 작용했다. A씨의 경우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양형위 기준에 따르면, 피해자의 처벌불원이 양형에 반영되는 비중은 축소된다.
즉, A씨가 향후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면 지금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적어도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