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조 손실? 고객사 등 돌리면 100조 치명상"…갈림길 선 삼성전자 노사
"하루 1조 손실? 고객사 등 돌리면 100조 치명상"…갈림길 선 삼성전자 노사
멈추면 다 버려야 하는 초정밀 반도체 공정
대체 인력 투입도 '불가능'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하루 1조원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가 흔들릴 경우 최대 100조원 규모의 피해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단순히 하루 1조원의 손실로 끝나지 않고,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 하락으로 최대 100조원의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삼성전자 노사의 막판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과급 배분 기준을 둘러싼 이견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파업 시 발생할 파장과 쟁점을 짚었다.
핵심 쟁점은 'PS' 배분 비율…노사 뚜렷한 시각차
이종환 교수는 "단순히 얼마를 지급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인정하고 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답했다.
이종환 교수는 "AI메모리나 HBM(고대역폭메모리)처럼 특정 분야 성과가 부각될 때 어느 조직이 더 기여했느냐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사업부별 차이가 지나치게 크면 조직 간 위화감이나 장기적 협업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PS(이익공유·Profit Sharing) 제도에 연봉의 50%라는 상한제를 두고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해왔다. 회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사업부에도 보상을 해주는 것이 전체 조직 운영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사의 구체적인 이견도 드러났다. 이종환 교수에 따르면, 노조 측은 반도체 전체 성과 70%에 개별 사업부 30%를 반영하길 원하는 반면, 사측은 반도체 전체 40%에 개별 사업부 60%의 비율을 제시하고 있다.
이종환 교수는 "사측은 전체 회사 운영 차원에서, 노조 측은 반도체 중심의 성과급 체계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멈추면 다 버려야 하는 초정밀 공정…대체 인력 불가능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환 교수는 파업 시 하루 1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에 대해 "반도체 공정은 2~3개월 정도 소요되므로, 30일이면 30조원이 된다"면서도 "사실상 경제적 피해가 최대 100조원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기 요인이다.
이종환 교수는 "글로벌 고객사들이 공급 리스크를 우려해 다른 경쟁사로 물량을 분산하기 시작하면 막대한 금전적 피해와 함께 고객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엔비디아를 포함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게 HBM을 공급해야 하는데, 금전적 손실을 떠나 신뢰도 하락은 치명적"이라며 "경쟁사인 SK하이닉스나 미국의 마이크론, 비메모리 선두 기업인 TSMC 등으로 물량이 넘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도 파업의 위험성을 극대화한다.
이종환 교수는 "반도체는 웨이퍼 위에서 회로를 수백에서 수천 단계에 걸쳐 반복적으로 형성하는 초정밀 공정"이라며 "중간에 공백이 발생하면 특성이나 제품에 문제가 생겨 대부분 버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체 인력 투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종환 교수는 "숙련된 엔지니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장비가 단순히 돌아가는 것을 넘어, 안정적인 수율과 품질을 유지하려면 숙련된 인력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다만 파국을 피할 여지는 남아있다. 이종환 교수는 "노측이나 사측이나 부담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정안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망하며, 막판 타결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