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도 사람입니다" 폭행당한 경비원의 대자보⋯ 입주민 갑질 못 막는 '반쪽짜리' 법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경비원도 사람입니다" 폭행당한 경비원의 대자보⋯ 입주민 갑질 못 막는 '반쪽짜리' 법

2026. 07. 07 10:3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쓰레기 나왔다는 이유로 폭행해 전치 3주

'가짜 사과'하며 2차 가해까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불가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밀쳐져 다친 뒤, 대자보를 통해 인격적 대우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호소했다. /스레드 캡처

"경비원도 사람입니다. 인권이 있고 인격이 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며 남편이고 아버지입니다."


한 아파트 단지 경비 초소에 나붙은 대자보의 첫 문장이다. 단지 내 구석에 버려진 쓰레기 하나가 발단이 된 폭행 사건. 하지만 이면에는 수년간 누적된 한 입주민의 상습적인 인격 모독과 현행 노동법의 사각지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7일 방송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말 발생했다.


입주민은 단지 내에 쓰레기가 있다는 이유로 경비 노동자 A씨를 찾아가 손바닥으로 몸을 밀쳤다. 바닥에 두세 차례 넘어진 A씨는 머리와 팔다리를 다쳐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해당 입주민은 지난 2023년부터 아파트 경비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갑질을 일삼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덩치 작고 만만해서"⋯병원비 걱정보다 앞선 인간적 모멸감


A씨가 마주한 현실은 차가웠다. 넘어지며 머리를 다쳐 입원과 정밀 검사가 필요했지만,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알리지도 못한 채 비용 부담으로 병원 치료를 미루고 있다.


사건이 공론화되면 재계약이 끊겨 당장의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사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펜을 들어 대자보를 쓴 이유는 단순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였다.


A씨는 "청소를 안 하고 초소를 비웠다고 혼을 내면 즐겁게 하겠다. 그런데 '내가 너희들 월급을 주는지 아냐', '어디 눈을 똑바로 쳐다보냐'는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비애를 느끼겠느냐"며 "저는 왜소하다. 덩치가 작고 만만하다 보니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무시하고 멸시하는 것에 더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이어 "없는 사람을 노예나 머슴처럼 자기 스트레스 해소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대자보를 붙이면 나중에 피해를 보는 것은 저지만, 이 일이 알려지면 가해 입주민이 똑같은 갑질이나 폭력을 쉽게 반복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의 작은 믿음은 이틀 만에 산산조각 났다. 경찰 연락을 받은 가해 입주민이 사과하겠다며 A씨가 일하는 분리수거장에 찾아오면서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다른 입주민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목격자인 입주민은 "딱 봐도 지나치게 아저씨를 자기 밑으로 보는 갑질이었다"며 "'야, 야, 내가 너한테 사과할게'라며 쌍욕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사과하는 사람 모습이 아니었다. 말대로 안 하면 바로 손부터 날아가는 식으로, 그 앞에서 목 밑을 탁탁 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사과를 빙자한 명백한 2차 가해였다.


가해자가 '입주민'이라서⋯보호망 비껴가는 노동법


특정 입주민의 악질적인 폭력 행위지만, 정작 A씨를 겹겹이 보호해야 할 법과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가해자가 직장 상사나 고용주가 아닌 '입주민'이기 때문이다.


우선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조항은 적용이 불가능하다. 이 법은 같은 직장 내 구성원 사이의 괴롭힘을 규율하기 때문에, 외부인인 입주민 갑질은 법적 판단 대상에서 제외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 조항' 역시 현실에선 무용지물이다.


해당 조항은 경비 노동자에게도 적용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가 용역 업체를 통한 위탁 고용(간접 고용) 방식을 취하고 있어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이뤄지기 어렵다.


용역 업체의 진짜 사용자는 현장에 나오지 않으며, 가해 입주민을 직접 제재할 실효성 있는 처벌 조항도 부재한 상황이다.


남우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여론화가 되더라도 동정 여론에 그칠 뿐, 노동자 권리 차원에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는 비단 아파트 경비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간접 고용으로 고객 응대를 하는 상당수 노동자가 노출되어 있음에도 제도적으로 아무런 보호를 못 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하위 말단 근로자 경비원의 호소를 들어주세요."


생계를 걸고 나붙은 대자보의 마지막 호소다. 현재 폭행을 가한 입주민은 경찰 조사를 받고 수사 중인 상태다.


형사 처벌 몫은 수사기관과 법원으로 넘어갔지만, 법의 사각지대에서 인격을 잃어가는 간접 고용 노동자들을 위한 제도적 방패막이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