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했다고 창피 준 것 사과하세요" 항의 전화한 게 '업무'를 방해한 행동?
"뽀뽀했다고 창피 준 것 사과하세요" 항의 전화한 게 '업무'를 방해한 행동?
가게 안에서 뽀뽀하다⋯주인에게 "징그럽다"며 혼난 연인
고객 앞에서 창피 준 것 사과받고 싶어, 주인에게 전화했다가⋯
"전화 받느라 업무 방해당했다"며 고소 통보, 처벌될까?

가게에서 살짝 뽀뽀했다고 주인에게 혼난 커플. 사과할 겸, 사과를 받을 겸 전화를 했다가 주인에게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가게 안에서 뭐 하는 짓이에요! 징그러워요!"
한 잡화점 가게. 주인이 큰 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고객들의 시선이 소리가 난 곳으로 한데 모였다.
그곳엔 얼굴을 붉힌 연인이 서 있었다. 살짝 뽀뽀를 했는데, 하필이면 그 순간 주인이 목격한 것이다.
당황한 나머지 급히 가게를 빠져나온 연인. 가게에 실례를 했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진한 스킨십은 아니었지만 보기 불편했으면 죄송하다"고 주인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사장님도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줬던 건 사과하면 좋겠다"고 요구한 것이다.
주인은 사과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4차례, 총 40분간 통화를 주고받았다. 그러자 주인은 전화를 받느라 업무에 지장이 생겼다며 연인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겠다고 통보했다.
변호사들은 연인의 항의 전화가 '업무방해죄'가 되긴 어렵다고 봤다. 업무방해죄는 위력 등을 사용해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했을 때 성립한다.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방해하는 정도의 행동을 말한다.
서울종합 법무법인의 박준성 변호사는 "악의를 갖고 수백 차례 통화를 시도하며 업무 자체를 마비시키는 경우가 아닌 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전화를 한 게 아니라면 업무 방해는 성립되기 어렵다. 연인의 경우도 업무 방해로 처벌될 가능성은 적다.
대전법률사무소 한길로의 박종현 변호사도 "4차례의 전화와 40분가량의 통화만으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전화를 걸어야 업무 방해에 해당할까.
대법원은 지난 2005년, 대부업체 직원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빚을 진 사람의 휴대전화로 수백 회에 이르는 전화 공세를 한 것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황미옥 법률사무소'의 황미옥 변호사는 "(판례 내용) 정도의 전화는 해야 업무방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오히려 주인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는 "사람들이 있는 가게에서 업주의 발언은 공연성과 전파성이 있으므로 모욕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욕죄는 피해자의 명예를 저해시킬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적인 감정 표현을 처벌한다. 이때 다른 사람들이 이 내용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사건 당시 주인은 뽀뽀한 연인에게 "징그럽다"며 화를 냈고, 이를 가게에 있던 고객들이 듣고, 전파할 수 있다면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