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린 뒤 잠적해 버렸는데… 사기죄 고소 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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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린 뒤 잠적해 버렸는데… 사기죄 고소 가능한가요?

2019. 09. 02 15:1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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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금 사기죄의 핵심은 '돈을 빌릴 때 말한 곳'에 썼는가 여부

이미지 출처: 셔터스톡

A씨가 지난 2012년에 지인에게 1000만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그 사람은 2013년까지 1년가량 이자를 보내오다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렸습니다. 차용증은 채무자 본인 이름으로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가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있어, 동거인 명의의 통장으로 이자를 주고받았습니다. A씨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이라도 원금을 돌려받고 싶으니 방법을 알려 달라”며 “사기죄로 고소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B씨가 2년 전 가깝게 지내던 언니에게 돈은 빌려줬습니다. 그 언니는 남편이 사기를 당해 급하게 막아야 할 돈이 필요하다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700만원을 빌려 갔습니다. 며칠만 쓰고 이자까지 붙여 돌려주겠다며 가져간 것이었습니다. B씨는 사정이 딱해서 한동안 말없이 지내다가 올 1월 결혼 준비로 돈이 필요해 상환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20차례 이상 날짜를 미루며 1원도 상환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중간중간 돈 갚으라는 얘기를 할 때마다 몸이 안 좋아서 병원 다녀왔다, 또는 남편한테 맞았다는 등 마치 B씨의 채무상환 독촉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했습니다. 길게는 한 달 짧게는 하루 이틀 날짜를 미루며 갚겠다는 말 만하지 별다른 경제활동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B씨가 “일해서 매달 조금씩 나눠서 갚으라”고 해봤지만 소용없고, “어음공증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돈을 빌려간 언니는 “부채 상환은 남편이 할 것”이라며 남편의 주민등록번호, 집주소, 등본 등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B씨는 민사소송과 함께 사기죄로도 고소하고 싶은데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절대로 가까운 사람하고 돈 거래 하지 말라는 말이 있죠. 처음엔 사정이 안타까워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돈을 빌려주지만, 그 끝이 좋지 않은 경우를 주위에서 흔히 봅니다. ‘화장실 갈 때와 다녀와서의 사람 마음이 다르다’는 속담처럼 일단 돈을 빌려 간 뒤에 태도가 바뀌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다. 꼭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경제 사정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돈을 빌려준 사람으로서는 시간이 흘러도 갚을 생각을 안 하는 상대를 보면 점차 화가 나게 됩니다. 그래서 돈을 돌려받는 소송 외에 상대를 사기죄로 형사 고소하고 싶은 마음마저 갖는 것입니다. 돈을 빌려 간 뒤 갚지 않는다고 다 사기죄는 아니겠지요. 오랫동안 못 받은 돈을 돌려받는 방법과 어떤 경우 사기죄 소송이 가능한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대여금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면 끝나나?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는 A씨의 상담사례를 두고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채권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지급명령 또는 대여금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해 판결문을 받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민사상 대여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입니다. A씨의 경우 마지막 이자를 수령한 날로부터 계산하면 2023년이 됩니다. 따라서 그 전에 소송을 통해 승소 판결이라도 확보해 두면 추후 상대방에게 재산이 생겼을 때 대여금을 청구할 수 있으니, 민사 판결은 받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게 변호사들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법무법인 동안의 정대영 변호사는 “A씨의 경우 차용증과 채무자 측으로부터 이자를 받아온 거래 내역이 있다면 민사소송(대여금 청구 소송)을 통해 승소 판결을 받는 것은 어려울 것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정 변호사는 “하지만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이는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권원이 될 수 있을 뿐, 현실적으로 변제를 받는 것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채무자에게 (강제집행할) 재산이 없다면 승소판결이 나도 당장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합니다.


"돈을 빌릴 때 '쓰겠다 했던 곳'에 돈 쓰지 않았다면 사기죄 확률 높아"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 대여금 청구 소송을 하면서 사기죄 형사소송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순히 “상대가 빚 갚을 생각을 안 해 화가 난다”는 감정적 차원을 넘어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더해진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은 별개이므로 채무자가 사기죄 유죄판결을 받는다고 해서 이를 근거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사기죄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형량을 낮추기 위해 합의를 시도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欺罔·허위 사실을 말하거나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되는 것입니다.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채권채무관계에서 ‘타인을 기망’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채무자가 돈을 빌려 갈 때 말한 용도와 실제 어디에 사용되었는지가 일치하느냐 여부”라고 말합니다.


채무자가 돈을 빌려 갈 때 한 말대로 사용하지 않고, 도박이나 유흥 등 다른 용도에 썼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돈을 빌려준 사람으로서는 약속한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기에 ‘타인에 대한 기망’이 인정되는 것이라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사기죄 성립 여부 판단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또 하나의 요건은 피의자의 경제적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돈을 빌린 사람이 약속한 날짜까지 돈을 돌려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지를 말합니다. 만일 약속한 날짜까지 금전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거나, 별다른 수입이 없었다면 경제적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금전을 취득한 것이므로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사기죄는 피의자가 피해자를 기망하여 금전을 취득할 당시 성립되는 것이므로, 추후 상대방이 빌려 간 금전 일부를 반환한 것은 사기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김 변호사는 말합니다.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돈 빌려 간 것은 ‘사기’

A씨의 상담사례에서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는지를 두고 최진혁 변호사는 “형사 고소는 차용 당시의 명목 등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나, 초기에는 이자를 지급하였으므로 사기죄 성립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김 준환 변호사는 “단순히 상대방이 이자를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의 인정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상대방이 잠적을 한 점, 이자만 일부 지급한 뒤 원리금을 갚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볼 때 상대방은 A씨에게 금전을 빌릴 당시 말한 용도와 달리 도박, 개인 채무 상환 등에 빌린 돈을 썼을 가능성이 높아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봤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신용불량자이면서도 약속한 날까지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 것처럼 A씨를 속였다는 점을 들어, “상대방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A씨를 기망해 금전을 취득하였으므로 사기죄가 성립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대영 변호사는 “상대방이 당초에 A씨로부터 돈을 빌릴 때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으므로 A씨는 상대방을 형사 고소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변제의 의사가 없거나 약속한 변제기일내에 변제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변제할 것처럼 가장하여 금원을 차용하거나 물품을 구입한 경우에는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김준환 변호사는 B씨 상담사례에 대해서도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남편이 사기를 당해 돈이 필요하다는 등 용도가 명확하지 않은 점, 다양한 핑계로 금전 지급을 미루고 있는 점, 수일 내로 금전을 반환하겠다고 약속해놓고 한 푼도 갚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볼 때 상대방은 B씨로부터 빌린 돈을 처음 말한 용도와 달리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입니다.


김 변호사는 “상대방이 B씨에게 약속한 날까지 금전을 반환하지도 못하였으므로 경제적 능력 또한 없는 상황에서 B씨를 기망해 금전을 취득한 것으로 보여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법무법인 승우의 변형관 변호사도 “일반적인 대여금 관계에서 사기죄가 모두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B씨의 경우 법리구성에 따라 사기죄 성립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사와 함께 형사 고소 절차 진행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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