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인과 '현직 판사' 사위의 법정 싸움, 결말은 정해져 있었나
[단독] 장인과 '현직 판사' 사위의 법정 싸움, 결말은 정해져 있었나
불륜 들켜 아내 폭행한 판사, 장인과는 '돈 문제'로 법정 싸움
창원지법에서 일하던 판사의 재판, 창원지법에서 결론 '제 식구 감싸기' 의혹
'차용증 위조' 혐의, 재판부는 이례적인 근거 들며 무죄 결론
![[단독] 장인과 '현직 판사' 사위의 법정 싸움, 결말은 정해져 있었나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20-01-02T12.56.20.066_424.jpg?q=80&s=832x832)
3년 넘게 외도하고, 이를 의심하는 아내를 때린 현직 판사가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판사는 불륜과 아내 폭행 말고도 다른 범죄 혐의가 있었다. 해당 이미지는 사건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코리아
3년 넘게 외도하고, 이를 의심하는 아내를 때린 현직 판사가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판사는 아내 폭행 말고도 다른 범죄 혐의가 있었다. 투자 목적으로 장인에게 5000만원을 보내 놓고, 이 돈을 빌려줬다고 차용증을 '셀프'로 쓴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실이 로톡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우선, 차용증 위조 혐의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장인과 사위가 대화를 많이 했으니, 장인이 차용증을 써줬다는 걸 잊었을 수 있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위조가 아니라 (돈을 빌려주는 것에 대해) 합의했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지난 2018년 2월 11일 밤 8시 30분쯤. 판사 A씨는 아내와 실랑이를 벌였다. 불륜 관계를 의심한 아내가 A씨에게 휴대폰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면서다. A씨는 강하게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아내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A씨는 아내의 허벅지 부위 등을 주먹 또는 발로 걷어찼다.
아내는 맞으면서도 휴대폰을 봐야겠다고 했다. 휴대폰을 꺼내기 위해 A씨의 외투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자 A씨는 다시 폭력을 휘둘렀다. 이번엔 아내의 입, 가슴 부위 등에 상처가 났다. 아내는 남편 A씨의 폭력으로 전치 10일의 상해를 입었다.
재판부는 지난 11월 13일 상해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A씨의 행위는 단순히 휴대폰을 되찾기위한 행동을 넘은 공격에 가까웠고, 현재도 아내와 피해회복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법원 역시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며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정직은 공무원의 징계 처분 중 하나로, 2개월 동안 A씨는 직무에 종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2개월이 지나면 다시 판사 업무에 복귀한다.
이렇게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였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판사 A씨가 받은 혐의는 상해죄 하나가 아니었다.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혐의도 있었다.
검찰이 문제 삼은 건 판사 A씨가 장인 최씨에게 보낸 5000만원에 대해서였다. 검찰은 이 돈이 사실 '투자금'이었는데, 판사 A씨가 이를 숨기기 위해 '차용증'을 위조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이 기소한 내용에 따르면, 판사 A씨는 지난 2015년 5월 본인의 근무지에서 장인 최씨의 서명을 위조해 차용증을 혼자 직접 작성했다.
또 판사 A씨는 위조한 차용증을 근거로 장인에게 "빌려줬던 50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준비한 사실이 있다고 검찰은 보았다. 여기에 더해 판사 A씨가 해당 차용증으로 공직자 재산 등록까지 마친 혐의도 받았다.
창원지법 형사7단독 호성호 부장판사는 일단 "차용증을 작성한 것은 맞는다"고 보았다. 하지만 "위조가 아니라 합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근거는 다음 네 가지였다.
① A씨는 일관되고 신빙성 있게 "최씨와 동의하여 작성한 차용증"이라고 진술했다.
② A씨가 해당 차용증으로 실제로 5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③ 이혼 소송 중인 A씨와 최씨는 서로가 감정이 상한 상태다. 앞서 A씨의 아내는 이미 같은 죄(사문서위조⋅행사)로 A씨를 고소했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④ A씨와 최씨는 '사위-장인' 관계로 긴 기간 동안 대화를 자주 했을 것이다. 최씨가 차용증에 대한 사실을 언급 및 동의하고 잊어먹을 가능성이 있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건 마지막 부분(④)이다. "대화를 자주 했다"는 것을 근거 삼아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상당히 이례적인 무죄 근거"라며 "재판부가 확정한 인과관계와는 반대로, 대화를 자주 했으니 '잊어버렸을 리 없다'고 할 수 있었던 동전의 양면 같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창원지검은 이번 사건에 검사 세 명을 투입하면서 전력을 다했다. 보통 이 정도 사건의 경우 공판검사 한 명 정도가 전체 사건을 담당한다. 현직 판사를 상대로 최선을 다한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1심이 선고된 이후, 검찰 측은 즉각 항소했다. 판사 A씨 측도 마찬가지였다. 곧 2심 재판이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