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두고 갈등⋯홍남기 부총리, 민주당에 대놓고 반대할 수 있는 건 '헌법' 덕분
재난지원금 두고 갈등⋯홍남기 부총리, 민주당에 대놓고 반대할 수 있는 건 '헌법' 덕분
재정 건전성 이유로⋯홍남기 경제부총리, 직접 나서서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반대
민주당 의견대로 지급하려면 '예산액 증액' 필수
그러나 예산 증액은 함부로 할 수 없어⋯ 헌법에 '정부 동의' 규정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이 끝난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수렁에 빠졌다. 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정부와 집권여당이 이견을 보이면서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만 줘야 한다는 입장이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전 국민을 모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도만 놓고 보자면, 집권여당의 정책을 정부가 막아서는 모양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는 70%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경질' 카드까지 꺼내 들며 민주당 지도부가 홍 부총리를 압박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이렇게 경제부총리가 집권 여당의 정책에 대놓고 반기를 드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나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여당을 상대로 홍 부총리가 각을 세울 수 있는 건 무엇 때문일까. 법조계에서는 "헌법에 명시된 '정부 동의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0일 열린 기획재정부 확대간부회의에서 "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기준(가구소득 하위 70% 이하)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명, 설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빼곡히 들어찬 회의장에서 나온 공개 발언이다.
국회를 설득해서 기재부 입장(70% 기준)을 관철하겠다는 이 발언은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기재부가 여당의 정책 방향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무조건 재정을 아끼자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가능한 한 더 우선순위 있는 분야에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국민 대상으로 지원금을 주기보다는 더 효율적인 정책 수단에 재정을 집행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발언이 나온 지 하루도 안 돼서 기재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당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를 이끈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획재정부가 그것(70% 지급)을 고집한다는 것은 사실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재부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어디까지나 이런 문제는 국회에서 정해야 할 문제이고 기재부가 너무 그렇게 주장을 앞세워선 곤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날 박주민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적자국채 발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 대해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기계적인 접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 핵심 인사들이 나서서 기재부를 공격한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집권여당의 '100% 지급'에 대해 반대 입장이다.
사실 예산의 계획을 통과시키는 것은 국회고, 그 국회를 움직이는 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당의 뜻대로 예산을 수정해서 처리하면 문제없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 헌법은 한 번 제출된 예산안에 대해 함부로 수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57조에 따르면 국회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증액하려면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 예산안이 제출되기 전이라면 여당이 마음껏 편성할 수 있지만, 제출 시점 이후부터는 기재부 동의 없이는 증액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미 지난 16일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된 예산을 국회가 제출했기 때문에, 이를 수정하려면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증액에 기재부가 '적법하게'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