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폭행 무혐의 받은 대학생 신상 털고 비난한 이웃 "내 눈엔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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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폭행 무혐의 받은 대학생 신상 털고 비난한 이웃 "내 눈엔 유죄다"

2026. 02. 12 08:49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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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못 잡으면 내가 알린다"며 인터넷 카페에 신상 유포

법원 "공익 목적 아닌 비방"

300만원 벌금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사기관이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린 사건임에도, 이웃의 말만 믿고 인터넷에 "성폭행범"이라는 허위 글을 올린 A씨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A씨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온라인 폭로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다.


"내 딸이 당했다"는 말에... 키보드 판사가 된 이웃


사건은 지난 2019년, 말레이시아 교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소문에서 시작됐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남성 B씨는 여자친구와 교제하던 중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판단은 명확했다. 두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서 교제해왔고 강제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2019년 10월, B씨에게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자친구와 같은 아파트에 살며 가족끼리 교류하던 이웃 A씨가 '키보드 판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A씨는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인 그해 12월, 말레이시아 교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 접속했다. 그리고 "내 딸이 성폭행당했다"는 여자친구 어머니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게시글 내용은 자극적이었다. "피의자는 발정 난 동물도 아니고...", "이런 부모 밑에서 무엇을 배웠겠느냐" 등 B씨뿐만 아니라 그 부모까지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름 안 썼으니 괜찮다"... 법원의 판단은 NO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의 방어 논리는 크게 세 가지였다. ①이름을 공개하지 않아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았고 ②피해자 측 말을 믿었기에 허위인 줄 몰랐으며 ③교민 사회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A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우선 특정성이 인정됐다. A씨가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건 맞다. 하지만 글 속에 "작년 만 18세", "모 컬리지 재학 중", "아버지가 유명 인사 모 씨"라는 등 B씨를 특정할 수 있는 단서가 가득했다.


실제 댓글창에는 B씨 아버지의 회사를 거론하며 불매운동을 하자는 반응까지 나왔다. 법원은 "제3자가 봤을 때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했다.


공익의 탈을 쓴 비방... "미필적 고의 인정돼"


핵심 쟁점이었던 허위 사실 인식과 비방 목적에 대해서도 법원은 엄격한 잣대를 댔다.


A씨는 이미 수사기관이 B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객관적인 확인 절차 없이 "강간 등 범행을 자백하는 걸 들었다"는 식의 일방적 주장을 퍼날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이 객관적 증거 부족으로 범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한 채 B씨를 상습 성폭력 가해자로 단정 지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설령 피해자의 고소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는 사적인 영역일 뿐 국민이 알아야 할 공적 관심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공익 목적이라는 주장도 배척했다.


결국 법원은 A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인 점은 유리하지만,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피해자와 가족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 글을 게시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원심의 형량이 적정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3 형사부 2025노1973 판결문 (2025. 12. 18.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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