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갚고 해외 도피하려는 채무자, 출국 전에 막는 법은?
돈 안 갚고 해외 도피하려는 채무자, 출국 전에 막는 법은?
'집행인낙 공정증서' 있어도 채권자는 해외 체류 중
통장 압류와 형사고소, 어떤 게 더 빠를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B씨에게 3,500만원대의 돈을 빌려줬다. 그러나 돈을 갚아야 할 B씨는 돌연 오는 10월 해외로 출국하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설상가상으로 채권자인 A씨마저 해외에 체류 중이라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B씨가 국내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떠나기 전에 돈을 받아낼 방법은 없을까?
소송 없이 바로 통장 압류? '공정증서'의 힘
A씨는 돈을 빌려주며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를 받아뒀다. 여기엔 '강제집행을 인낙한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
변호사들은 이 공정증서가 A씨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설명했다. 판결문을 받는 지난한 소송 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채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도결 최우준 변호사는 "집행인낙조항이 있는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라면 별도 본안소송 없이 집행문 부여 후 예금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진행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해외에 체류 중인 A씨가 직접 절차를 밟을 필요도 없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해외에 체류 중이더라도 위임을 통해 집행문 발급부터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채권압류·추심 절차까지 대리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사기죄' 고소하면 출국금지까지 가능할까
강제집행과 별개로 B씨를 사기죄로 형사고소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변호사들은 단순히 돈을 갚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사기죄가 되려면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부터 이를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속이고 금전을 교부받았다는 편취의 고의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채무자의 '해외 출국' 시도는 이런 '편취의 고의'를 입증하는 데 유리한 정황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 태희 민경남 변호사는 "기한이익상실 상태에서 채권자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해외로 출국하려 한다는 사실은 돈을 갚지 않을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형사고소는 채무자의 출국 자체를 막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변호사 전병욱 법률사무소의 전병욱 변호사는 "수사가 시작되면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출국금지가 이루어질 수 있다"며 "이는 민사 채권자에게는 없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급할수록 정확하게…청구금액 잘못 계산했다간 '역공' 우려
신속한 조치만큼 중요한 것은 '정확성'이다. 특히 청구할 금액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A씨는 원금 3,500만원대와 별도로 지연이자 등으로 3,000만원대를 청구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증서에 적힌 연 18% 이율을 적용하면 실제 지연이자는 이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전병욱 변호사는 "집행권원 범위를 넘게 청구하면 채무자가 청구이의로 그 초과분의 집행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받아야 할 돈보다 많은 금액으로 압류를 걸었다가 오히려 채무자에게 소송을 당해 집행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강헌 정현우 변호사도 "연 18% 지연손해금은 공정증서상 기산일과 변제내역을 기준으로 정확히 다시 계산해야 한다"며 전문가와 상담해 정확한 청구금액을 확정할 것을 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