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0원짜리 초코파이가 불러온 유죄 판결…그 뒤엔 노조 탄압 의혹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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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0원짜리 초코파이가 불러온 유죄 판결…그 뒤엔 노조 탄압 의혹 있었다

2025. 09. 24 15:3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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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 "우리도 다 먹었다" 탄원에도 법원 외면

노조 활동 겨냥한 본보기성 고소 의혹 제기

15년간 근무한 경비원이 1050원어치 간식을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셔터스톡

15년간 성실히 일해온 경비노동자가 1050원어치 간식 때문에 절도범으로 낙인찍혔다. 동료 수십 명이 "우리도 늘 먹던 간식"이라며 탄원서를 냈지만,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이 사건이 단순한 절도가 아닌, 하청 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겨냥한 본보기성 고소라는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새벽 근무 중 허기 채우려다…절도범 된 15년차 경비원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전북 전주 현대자동차 출고센터에서 시작됐다. 재하청 업체 소속 경비원 A씨는 새벽 근무 중 허기를 느껴 협력업체 사무실 냉장고에 있던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꺼내 먹었다. 총 1050원어치였다. 하지만 이 장면은 사무실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담겼고, 사무실 소장은 A씨를 절도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벌금 5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억울함을 느낀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1심 재판부는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A씨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A씨의 동료 경비원은 '김종배의 시선집중' 곽지연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새벽 3~4시쯤 출출할 때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서 간식을 가져다 먹은 기억이 많다"며 "이게 문제가 되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 이후 동료들이 위축돼 오해받을까 봐 그 사무실 쪽으로는 아예 가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동료 수십 명은 "우리도 모두 먹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판결을 뒤집지는 못했다.


"왜 나만 고소했나" 노조 활동이 원인이라는 주장

A씨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사람도 CCTV에 찍혔는데 왜 저만인지 모르겠다"며 "결국 노동조합 조합원이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A씨의 주장대로, 사건의 이면에는 현대차 전주공장의 복잡한 '원청-하청-재하청' 구조와 노조 활동에 대한 압박이 자리 잡고 있었다. 15년 넘게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해 온 A씨에게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22년, A씨가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부터였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김광수 지회장은 "고소한 소장에게 '어떻게 이런 걸로 고소를 하냐'고 따지는 녹취록이 있다"며 "당시 소장은 '사장 지시로 CCTV를 설치했고, 너만 걸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여러 명이 찍혔음에도 유독 노조 조합원인 A씨만 특정해 고소한 것은 명백한 본보기라는 주장이다.


전문가 "노사관계의 사법화…법원이 돌려보냈어야"

이 사건을 두고 전문가는 사측이 법을 이용해 노사관계를 억압하는 노사관계의 사법화가 낳은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이런 고소가 들어왔을 때 검찰이나 법원이 합리적으로 판단해 노사가 합의할 일이라고 돌려보내는 게 맞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사측은 이 사건에 변호사 비용으로만 천만 원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1050원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전주지검은 기소 타당성을 시민들이 직접 판단하는 검찰시민위원회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는 10월 말로 예정된 항소심 재판에서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1050원이 던진 질문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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