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짜장서 나온 애벌레에 "트라우마 생겼다" 200만원 청구⋯법원이 인정한 위자료는
간짜장서 나온 애벌레에 "트라우마 생겼다" 200만원 청구⋯법원이 인정한 위자료는
배달 음식에서 애벌레 발견
구청 위생점검 거쳐 '시정명령' 처분
손님 "구토로 트라우마" 200만원 청구

간짜장에서 애벌레가 나온 배달 음식 이물질 사건에서 법원은 식당 주인에게 위자료 1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셔터스톡
국민 배달 음식인 자장면. 기분 좋게 포장을 뜯고 면을 비비려던 순간, 소스 한가운데서 정체불명의 벌레가 튀어나온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입맛이 뚝 떨어지는 이 불쾌한 경험은 실제 한 손님이 겪은 실화다.
광주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판결문을 통해, 배달 음식 이물질 사고가 법정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얼마의 손해배상액으로 귀결됐는지 짚어봤다.
"소스에 애벌레가…" 즐거운 식사 시간 망친 불청객
사건은 지난 2015년 10월 15일, 울산의 한 중식당에서 간짜장과 탕수육 세트를 배달시킨 A씨에게 일어났다. 식사를 하던 A씨는 간짜장 소스 속에서 믿기 힘든 이물질을 발견했다. 바로 길이 0.6cm 정도의 애벌레로 추정되는 벌레였다.
큰 충격을 받은 A씨는 즉각 환경위생과에 민원을 넣었다. 구청 공무원들은 A씨 자택을 방문해 증거물을 수거했고, 해당 중식당에 대한 위생점검에 나섰다.
결국 식당 주인 B씨는 이물질이 섞인 음식을 판매한 사실을 인정하는 확인서를 작성했고, 구청으로부터 식품위생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
"구토로 치아 손상, 중식만 보면 헛구역질" 200만원 청구한 손님
행정처분과 별개로 A씨는 식당 주인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애벌레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입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가 막대하다는 이유였다.
A씨의 주장은 구체적이었다. 애벌레를 보고 구토를 하는 바람에 위산이 역류하여 식도와 치아에 손상을 입었다고 호소했다.
나아가 이 사건 이후 "중식만 보면 헛구역질을 하는 정신적 충격(트라우마)"을 앓고 있다며, 이에 대한 위자료로 총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법원 "일반적 법 감정에 부합해야"
재판부는 식당 주인 B씨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이물질이 든 음식을 배달한 과실을 명백히 인정했다. 이로 인해 손님 A씨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는 점도 받아들여, B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씨가 청구한 200만 원이 모두 인정된 것은 아니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위자료)을 산정하며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 "위자료 산정에 법관의 자의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그 시대와 일반적인 법 감정에 부합할 수 있는 액수를 산정하여야 한다. (…) 사실심 법원이 가지는 재량에는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위자료를 산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한계가 있다."
즉, 아무리 억울하고 고통스럽더라도 객관적인 잣대와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는 과도한 위자료를 물릴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재판부는 A씨가 호소한 위산 역류로 인한 식도와 치아 손상에 대해서는 "신체 손상을 입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위자료 산정에서 아예 배제했다.
음식값과 과실 정도 참작해 위자료 '10만원' 확정
최종적으로 항소심 재판부(광주지법 제3민사부)는 1심과 동일하게 식당 주인이 배상해야 할 위자료를 10만 원으로 못 박았다.
A씨가 지급한 음식값, 이물질의 종류와 발견 경위, 식당 주인이 행정청으로부터 받은 시정명령 내용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계산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