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이유는 아니어도 결정적인 영향" 오거돈 전 시장의 강제추행치상 혐의 인정 근거
"유일한 이유는 아니어도 결정적인 영향" 오거돈 전 시장의 강제추행치상 혐의 인정 근거
오거돈 전 부산시장 징역 3년 실형⋯법정 구속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재판부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법원은 오 전 시장의 범행을 '권력형 성범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지적에 오 전 시장은 선고를 듣던 중 눈물을 흘렸다.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류승우 부장판사)는 29일 실형 선고와 함께 오 전 시장을 법정에서 구속했다. 오 전 시장은 구속되기 직전, 발언 기회를 얻었지만 "할 말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구속됐다.
오 전 시장은 총 4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시청 직원 한 명을 강제추행하고(①), 한 달 뒤 또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②), 이후 또 다른 직원을 강제추행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상해를 입게 한 혐의(③),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들을 무고한 혐의(④) 등 이었다.
이날 법원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오 전 시장 측이 "(성추행) 범행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며 강하게 부인한 강제추행치상(③)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였다. 오 전 시장 측은 강제추행을 한 건 인정하지만, 정신적 피해 등 상해를 입힌 것(치상)에 대한 책임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반박해왔다.
형법상 강제추행 혐의는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강제추행치상 혐의는 처벌 수위가 더 높다. 5년 이상의 징역,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무거운 범죄다.
그렇기 때문에 오 전 시장 측은 지난 2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70대들은 성인지 감수성이 약하다"거나 '치매' 진단을 근거로 "병든 노인의 미친 짓으로 여겨달라"는 등의 읍소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류승우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이 (정신적 상해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더라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므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법원은 눈에 보이는 신체적 상해와는 달리 정신적 고통 등을 상해로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정신적 피해에 '상해를 입은 게 맞는다'고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법무법인 새서울의 민고은 변호사는 "법원에서 (강제추행치상을) 인정한 점은 가해자의 처벌에 있어서 고무적"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류 부장판사는 오 전 시장의 범행에 대해 "당시 부산광역시 수장으로 범행 장소는 관용 차량과 집무실 등이었다"며 "비슷한 성추행이 지속된 점은 일회적 범행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의 주장처럼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범행이 아니라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고 본 것이다.
끝으로 재판부는 피해자에겐 위로를, 오 전 시장에겐 충고를 건넸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와 저를 포함한 사회가 느낀 감정은 참담함"이라며 "피고인(오 전 시장)은 우리나라 사회를 앞에서 이끄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측은함보다 피해자와 나머지 사회 구성원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선고 직후 오거돈 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법정 구속은 환영하지만, 형량은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이 강제추행치상과 강제추행을 모두 인정한 것은 환영한다"고 하면서도 "오늘의 판결은 권력형 성폭력을 뿌리 뽑는 데는 부족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