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냉동배아로 출산한 이시영 둘째⋯ 왜 법적으론 혼외자 되나
전 남편 냉동배아로 출산한 이시영 둘째⋯ 왜 법적으론 혼외자 되나
'정우성 사례'와 비교해 보니

이시영 씨가 둘째 딸을 출산했지만, 전 남편 동의 없는 배아 이식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이시영 씨가 둘째 딸을 무사히 출산했다는 소식은 큰 축복이지만, 일각에서는 4개월 전 터진 '동의' 논란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이혼한 전 남편 A씨의 동의 없이 두 사람의 냉동 배아를 이식해 출산했다는 점이다.
새 생명의 탄생은 축하할 일이지만, 이혼한 배우자의 동의 없는 배아 이식이 법적 공백 상태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가 이 사안의 법적 쟁점을 짚었다.
처벌 규정 없는 '이식 동의'
가장 큰 쟁점은 "전 남편 동의 없는 이식이 불법인가"다.
이정민 변호사는 "형사 처벌이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배아를 생성할 때는 부부 양측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생성된 배아를 이식하는 단계에서는 양 당사자의 의사를 재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이 변호사는 "동의를 받지 않았을 때 처벌해야 한다는 규정도 당연히 없다"며 "아마 (법이) 수정 배아를 만들기로 합의한 사람들이면 이식도 합의할 것이라 추정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병원들은 배아 생성 동의서에 "냉동 배아를 5년간 보관하고 그 사이에 이식 시술을 할 수 있다"는 문구를 포함해 동의를 받는다. 이시영 씨의 전 남편 A씨 역시 배아 생성 당시 이 문구에 동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 남편이 철회서 냈다면 손해배상 가능
만약 전 남편 A씨가 이혼 후 "이식을 원치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 변호사는 "이혼한 이후 이식하기 전에 동의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병원 등에) 밝혔다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처럼 명백한 반대 의사를 무시하고 이식이 진행됐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생기는 민사상 불법 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A씨의 경우, 병원에 동의 철회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는 "실제로 A씨도 아빠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으니까 병원에 딱히 철회서를 제출한 건 아니지 않았겠나 짐작이 된다"고 말했다.
법적으론 혼외자⋯ 정우성 사례와 유사
전 남편 A씨의 배아로 태어났음에도, 이 아이는 법적으로 A씨의 자녀로 추정되지 않는다.
이정민 변호사는 "민법상 혼인 중에 아내가 임신해서 출산한 자녀는 혼인 중인 남편의 자녀로 추정이 된다"며 "그런데 이혼 후에 이식을 했다면 이전에 있었던 남편의 자녀라고 추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이 아이의 지위는 혼외자다. 이 변호사는 "배우 정우성 씨가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고 비유했다. 생물학적 친부라 할지라도, 법적으로 인지 절차를 거치기 전까지는 부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지하면 상속 1순위, 양육비 책임 발생
이시영 씨의 전 남편 A씨는 '아빠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법적으로 아이를 인지하면 완전한 부자 관계가 성립된다.
이 변호사는 "친부로 확정이 되고 나면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이 생길 것"이라며 "양육비를 지급하고, 대신에 원하는 날짜에 그 아이를 볼 수 있는 면접 교섭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속 관계도 명확해진다. 이 변호사는 "법적으로 똑같이 상속 1순위로 의제된다"고 밝혔다. 물론 이혼한 이시영 씨는 전 남편 A씨의 상속인이 될 수 없다.
11만 개 냉동배아, 법은 '입법 공백'
이번 사안은 단순한 연예계 이슈가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냉동 보관 배아는 11만 6천여 개로 10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변호사는 "혼인과 임신 연령이 늦어지면서 젊을 때의 세포로 배아를 만들려는 부부들의 의사가 반영된 수치"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법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의 가장 큰 문제로 '친생자 추정' 규정을 꼽았다.
그는 "누가 봐도 친아버지이고 검사를 해도 당연히 친아버지가 나오는데도, 이혼 후 이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친자 추정이 안 된다"며 "남편이 동의를 하거나 어머니가 소송을 해야 해 몇 년씩 걸려 친자 관계를 인정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막 출산한 태아나 아이 어머니 입장에서 너무 가혹하지 않나"라며, "착상 시가 아니라 배아를 생성했을 때를 기준으로 친부를 추정해 주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