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보도된 '터키 성고문' 기사 속 사진…모자이크 했으니 책임없다?
잘못 보도된 '터키 성고문' 기사 속 사진…모자이크 했으니 책임없다?
터키 검찰, 성고문 혐의 한인 남성에게 징역 46년형 구형
현지 언론 보도에 올라온 가해 남성 및 피해 여성 사진⋯알고 보니 사건과 무관한 일반인

한 터키 현지 언론이 한국인 남녀 사진을 기사에 싣고, 사진 속 인물들이 성고문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은 사건과 무관한 사진이 기사에 무단도용 됐다고 했다. /사진도용 피해자 SNS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터키에서 20대 한인 여성을 성고문한 40대 한인 남성에게, 현지 검찰이 징역 46년을 구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터키 현지 언론 '데일리 사바'는 한국인 남녀 사진을 기사 안에 나란히 배치하고, 터키 성고문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이튿날 국내 언론사들도 앞다퉈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현지 기사에 인용된 사진을 가져다 실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뜻밖의 문제가 불거졌다. 언론에 보도된 사진들이 이번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의 사진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사진을 도용 당한 피해자는 "터키에 가본 적도 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을 인용 보도한 기자에게 연락했더니 "(사진에) 모자이크를 했다", "제가 뭐 어떻게 해드릴까요"라며 무성의한 답이 돌아 왔다고도 주장했다.
억울하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 역시 사진을 도용 당했다며 로톡뉴스에 알려왔다. 언론이 사실 검증 없이 사건과 무관한 이들의 사진을 보도했다면,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사진이 도용 됐다는 걸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모자이크가 돼 있었지만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던 셈이다.
사실 언론보도에서 자료사진 모자이크는 일종의 '방어권'처럼 인식된다. 누군지 드러나지 않게 가렸으니 책임질 일도 적다는 식이다. 하지만 모자이크 처리만으로 언론사가 져야 할 모든 책임이 면책되는 건 아니었다.

17일 언론중재위원회 관계자는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한 뒤 보도를 했다고 해서 언론사의 초상권 침해 행위가 무조건 면책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사 사례에서 언론사에 정정보도나 손해배상책임 등이 인정된 사례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실제 조정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언론사는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제주도 해수욕장을 거니는 모습을 촬영했다. 그리고는 여행객들이 방역 지침을 어기고 있고, 이로 인해 제주 현지인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냈다. 사진에 찍힌 이들은 해당 기사에 달린 악플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언론사는 기사 속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고, 수정 요청을 받은 후엔 바로 삭제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언중위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해당 언론사가 추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후속 조치를 해야한다는 것. 6개월간 기사 속 사진이 다른 SNS 등에 올라오는지 확인한 뒤에, 언론사가 직접 사진 삭제를 요청하게 했다.
이번 사진도용 피해자는 사건 직후 가장 먼저 언론사에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 등에게 연락해 잘못된 보도란 점을 알리고, 기사 사진 수정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가장 신속히 취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이기도 하다.
잘못된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해당 언론사에 기사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번 사건처럼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는 정도라면, 요청을 받은 언론사는 즉시 피해 회복에 나서야 한다(언론중재법 제5조).
만일 언론사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수정 요구에 비협조적이라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 누구나 조정·중재 신청을 할 수 있다. 정정보도는 물론 언론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기사 열람⋅검색 차단 등 후속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에는 언중위가 운영되지 않는다.
시급히 언론보도를 막아야 하는 피해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면 된다. 기사 등이 노출되지 않도록 법원에 임시조치를 해줄 것을 요청하는 방법이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