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도 관노와 잠자리" 주장, 허위 사실이어도 '사자명예훼손' 처벌 어려울 수 있다
"이순신도 관노와 잠자리" 주장, 허위 사실이어도 '사자명예훼손' 처벌 어려울 수 있다
박원순 전 시장 조문 논란 두고 "이순신 장군도 관노와 잠자리" 주장한 A씨
"(해당 주장에) 기가 찬다" 이순신 장군 후손들, '사자명예훼손' 고발 검토
A씨가 해당 혐의로 처벌될 가능성 있을까

"이순신 장군도 관노와 잠자리를 했다" 댓글에 이순신 장군의 후손들이 사과하지 않으면 '사자명예훼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이후, 그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인물의 장례식을 공적으로 기리는 것이 합당하느냐는 논란이었다.
이 와중에 인터넷에 올라온 "이순신 장군도 관노(官奴·관가에 속한 노비)와 잠자리를 했다"는 댓글 하나는 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사람들은 이 글을 쓴 A씨에게 "박 전 시장과 성범죄 피해자를 각각 이순신 장군과 노비에 비유한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A씨가 이런 주장을 한 지 10일 만에 종친회 등 이순신 장군의 후손들이 입장을 밝혔다. 지난 21일, 후손들은 A씨의 주장은 '허위 사실'이며, 사과하지 않으면 사자(死者)명예훼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난중일기'에는 A씨의 주장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A씨는 "소송이 있다면 환영"이라며 "제대로 이야기해보고 싶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순신 장군 사후 422년이 지난 시점에 벌어진 명예훼손 논란. 실제로 A씨는 해당 혐의로 처벌받게 될까. 변호사들과 함께 분석해봤다.
허위의 사실을 적시(摘示·지적하여 보임)할 때 성립하는 사자명예훼손. 변호사들은 A씨의 댓글이 '허위 사실'이라면, 사자명예훼손죄가 인정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법률 자문

'변호사 권오영 법률사무소'의 권오영 변호사는 "이순신 장군의 종친회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자명예훼손죄는 인정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허위 사실을 판가름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단순히 난중일기에 '(장군이)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는 내용이 없다는 것만으로 A씨 주장을 허위 사실이라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의 경우 당대에도 객관적 평가가 쉽지 않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실체적 확인이 어렵다.
이해법률사무소의 이지선 변호사는 "사자명예훼손죄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A씨가 밝히는 사실의 출처와 인지 경위 등을 토대로 판단한다"며 "여기에 A씨의 학력과 경력, 공표 시점과 그로 말미암아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 여러 객관적 사정도 반영될 것"라고 말했다.
A씨가 처벌되기 위해선 충족돼야 할 요건이 하나 더 있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이지원 변호사는 "만약 A씨가 허위사실이라고 확정적으로 인식하고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면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문제의 발언을 할 당시 A씨에게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진실'이라고 믿고 댓글을 작성했다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취지다.
사자명예훼손죄의 고소권자는 사망한 자의 친족 또는 자손이다. 이번에 A씨에게 법적 대응을 언급한 이들은 이순신 장군의 후손인 덕수 이씨 대종회와 충무공파 종회. 따져보면 이순신 장군에서 대략 13대에 걸친 후손들이다.
이런 경우에도 고소권자가 될 수 있을까.
이지선 변호사는 "종친회의 구성원들 역시 자손으로 해석하여 고소권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손의 범위를 넓게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
권오영 변호사 또한 "이순신 장군의 종친들이 자손으로서 고소권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고소권자가 없다고 판단되더라도, 형사소송법 제228조 규정에 따라 이해관계인인 이순신 장군의 종친들이 신청을 하면 고소권자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해당 조항에서는 친고죄에 대해 고소할 자가 없는 경우, 이해관계인의 신청이 있으면 검사는 10일 이내에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만약 사자명예훼손죄로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禁錮)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