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개인 카카오톡 2년치 대화 뽑아와서는⋯"이래도 내 말 안 들을래?" 협박한 회사 대표
내 개인 카카오톡 2년치 대화 뽑아와서는⋯"이래도 내 말 안 들을래?" 협박한 회사 대표
직원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역 뽑아온 회사 대표
정보통신망법·통신비밀보호법·개인정보보호법·비밀침해죄 등에 해당
변호사들 "정당한 경로로 취득은 불가능⋯무서워하지 말고 고소하라"

회사 대표와 갈등을 겪었던 A씨는 자신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전부 가지고 있는 회사 대표와 마주했다. 험담한 것을 이유로 고소할 수 있지만, 하라는 대로 따르면 고소하지 않겠다는 대표. A씨는 자신이 말을 따르더라도 고소당할까 봐 겁이 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오해 좀 풀자, 오늘 2시에 회사 앞 카페."
회사에서 회계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A씨. 최근 법인세 처리 문제로 회사 대표와 다툼이 잦았다. 오해를 풀자는 대표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나간 A씨. 그곳에서 사장은 두툼한 서류 봉투를 꺼내 보였다.
열어보라는 말에 별 의심 없이 내용물을 확인한 A씨는 깜짝 놀랐다. 그 서류는 자신이 동료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의 출력본이었다.
대표를 험담한 내용부터, 거래처와 사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내용까지. 자그마치 2년간 나눴던 모든 대화 내용이 그곳에 있었다.
대표는 대화 내용 속에서 A씨가 험담한 내용을 다 확인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너를 모욕죄로 고소할 수도 있다" 말에 너무 겁이 났다. 대표는 법률사무소를 통해 정당하게 자료를 받아냈다고 말했다.
"앞으로 업무지시 잘 따르고, 잘한다고 하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어. 어떡할래?"
일단 얼버무리고 자리를 피한 A씨. 정말 자신이 고소를 당할 만한 일을 한 것일까. 이런 일을 처음 겪은 A씨는, 이대로 대표의 말만 잘 따르면 되는 건지 두렵다.
변호사들은 우선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며 A씨를 위로했다. 그러면서 "회사대표는 A씨를 고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장일치였다.
더불어 "법률사무소를 통해 (A씨의 카카오톡 대화를) 취득했다"는 대표의 말은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대표가 말한 행위는)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A씨의 회사 내 개인 PC를 포렌식 하는 등 불법적 방법으로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에 안 변호사는 "불법으로 취득했기 고소에 이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A씨를 압박하는 용도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명율의 배장환 변호사도 "법률사무소에서 받아냈다는 것도, 2년이 넘는 대화 내용을 줬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오히려 회사 대표가 아닌 A씨가 "고소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승우의 변형관 변호사는 "A씨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출력한 경위에 따라 정보통신망법, 통신비밀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비밀침해죄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형법 제316조(비밀침해)에 따르면 "봉함 기타 비밀 장치한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알아낸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정보통신망법도 '정보통신망에 의해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한 자'(제49조)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지난 2018년 대법원도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직장 동료의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을 몰래 열람·복사한 행위(2017도15226)에 대해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전송되는 타인 비밀의 침해·누설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전자파일을 열어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