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걸그룹 멤버에 싸대기 협박·본인 가게 알바까지 시킨 소속사 대표
[단독] 걸그룹 멤버에 싸대기 협박·본인 가게 알바까지 시킨 소속사 대표
법원, 폭언에 따른 인격권 침해 불법행위 인정
위자료 50만원 배상 판결
![[단독] 걸그룹 멤버에 싸대기 협박·본인 가게 알바까지 시킨 소속사 대표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79525078734273.jpg?q=80&s=832x832)
소속사 대표의 폭언에 시달리던 여성 아이돌 멤버가 전속계약 해지 소송에서 위자료 50만 원을 인정받았다. /셔터스톡
"학교 다닐 때 못 배운 거야? 확 싸대기를 쳐버리고 싶다니까."
소속사 대표의 모욕적인 폭언에 시달리던 여성 아이돌 멤버가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대표의 폭언이 인격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하면서도, 해당 가수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싸대기 갈겨버리고 싶어"⋯신뢰 무너뜨린 폭언
서울동부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김현진)는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 A씨가 소속사 대표 B씨를 상대로 낸 임금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5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지난 4월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3년 7월 B씨와 7년짜리 전속계약을 맺고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4년 9월 14일 밤, 소속사 사무실에서 벌어졌다. 대표 B씨는 A씨와 다른 멤버들이 있는 자리에서 화장실을 허락 없이 다녀왔다는 등의 이유로 거친 폭언을 쏟아냈다.
B씨는 A씨에게 "쉬 마렵다고 그냥 나가서 화장실 마음대로 가? 학교 다닐 때 못 배운 거야? 공주였나?"라며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이어 멤버들을 향해서도 "인상 구리게 하고 있으면 와서 그냥 싸대기 갈겨버리고 싶어", "소문 엿같이 내버리면 이 바닥 자체에 있을 수 없어"라며 비속어와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A씨는 한 달 뒤인 2024년 10월 15일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연예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B씨를 상대로 임금 및 퇴직금 3365만여 원과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 1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씨 역시 "A씨의 일방적 계약 해지로 투자금을 날렸다"며 3273만여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로 맞불을 놨다.
법원 "가수는 근로자 아냐"⋯임금 청구는 기각
이 사건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아이돌 그룹 멤버인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 최저임금 기준의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A씨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며, 이들의 계약이 근로계약이 아닌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A씨가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지 않았고,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나 4대 보험 가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대표가 A씨의 구체적인 연예활동 수행 방식에 대해 지휘나 감독을 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었다.
합숙 생활을 지시하거나 외출 시 사전 보고를 하도록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는 매니지먼트 업무 수행의 일환일 뿐 이를 근거로 근무시간과 장소를 구속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결국, A씨가 청구한 3365만여 원의 임금 및 정산금 청구 등은 모두 기각됐다.
"막말은 인격권 침해" 위자료 인정
반면, 법원은 대표 B씨의 폭언에 대해서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훈계나 충고 차원이라 하더라도 모멸적인 표현이나 비속어를 사용하고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A씨의 인격권이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5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속사 대표 B씨가 제기한 3200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반소)도 기각됐다. 먼저 신뢰를 깨뜨려 계약 해지 원인을 제공한 쪽은 대표 B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B씨는 폭언뿐만 아니라 A씨에게 소속사의 지출내역 정리 등 회계 업무를 시키고, 심지어 본인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샌드위치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재판부는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은 당사자 간의 고도의 신뢰 관계가 필수적"이라며 "B씨가 먼저 계약을 위반해 신뢰 관계가 이미 깨어진 상태였으므로 A씨가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참고]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 2024가합109652 판결문 (2026. 4. 23.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