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악귀가 딸에게 옮아갔다" 끔찍한 딸 시신 훼손에도 어머니 '무죄', 왜?
"애완견 악귀가 딸에게 옮아갔다" 끔찍한 딸 시신 훼손에도 어머니 '무죄', 왜?
2017년 '딸 살해·사체훼손 母' 무죄 확정
망상 범죄, 어디까지 봐줘야 하나
이정민 변호사 "국가 차원 관리 시스템 절실"

살인·사체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어머니 김 모(55) 씨 모습. /연합뉴스
"택배 왔습니다."
아주 평범한 오후, 울려 퍼진 초인종 소리. 과일을 시킨 적은 없었지만, 문 앞에 서 있는 남성의 모습에 피해자 어머니는 큰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줬다. 하지만 문을 연 순간, 일상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바뀌었다. 그 남성은 택배기사가 아니었다.
흥신소까지 동원해 피해자 집을 알아낸 A씨는 집에 침입해 피해자 어머니를 폭행하고 감금했다. 그리고 약 2시간 뒤, 집으로 돌아온 피해자에게 잔혹하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A씨가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이유는 황당하게도 '자신의 가족이 피해자로부터 성폭행 당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진실은 참혹했다. 그 성폭행 피해는 A씨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완벽한 '망상'이었다.
2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가 이 같은 망상에서 비롯된 범죄들과, 이에 대한 법의 잣대를 심도 있게 다뤘다.
같은 망상 살인인데 왜 형량 달랐나
이정민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재판 내내 자신의 범행 동기가 가족의 성폭행 피해라고 굳게 믿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음에도 주장을 반복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가족에게 심각한 정신적 손해를 끼쳤다"며 A씨에게 징역 3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놀라운 점은 재판부 역시 A씨의 정신 장애를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A씨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지만, 형을 깎아주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비슷하게 망상에 사로잡혀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형량에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원주의 한 식당에서 이웃을 살해한 사건의 경우, 가해자에게 징역 12년과 치료감호가 선고됐다.
이 차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통제력'을 꼽았다.
A씨의 경우 정신 질환은 있었지만, 변별력이나 행동 통제력은 남아있었다고 본 반면, 원주 사건 가해자는 "'죽여'라는 환청에 따라 죽였을 뿐"이라고 주장해 통제력이 더 떨어졌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결국 범행을 얼마나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계획했는지가 심신미약 인정의 핵심 잣대가 된다.
"애완견 악귀가 딸에게" 참혹한 시신 훼손에도 '무죄'
그러나 드물게 망상으로 인한 범행이 '무죄' 판결을 받는 충격적인 사례도 존재한다.
2017년, 친딸을 살해하고 사체까지 훼손한 어머니가 무죄를 선고받아 사회적 공분을 샀다. 이 어머니는 "자신이 먼저 죽인 애완견의 악귀가 딸에게 옮아갔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정신감정의와 임상심리전문가의 감정이 있었고, 정신질환도 있고 통제력도 없는 수준이라는 점이 인정되었다"며 "그래서 무죄와 치료감호가 같이 선고되었다"고 설명했다.
환각 물질에 취해 존속살해를 저지른 사건 역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마약보다 100배 강력한 환각 물질 'LSD'를 흡입한 상태에서 어머니와 이모를 살해하고 경찰을 폭행한 남성이 그 주인공이다.
이 남성은 살인과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으로만 징역 2년과 치료감호를 받았다.
"망상 범죄, 개인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치료감호는 형사처벌과 달리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재활을 목적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하는 제도다. 이 변호사는 치료감호에 대해 "징역형처럼 기간을 정하지 않으며, 치료감호 종료 심사를 받아야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망상 범죄 굴레를 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변호사는 국가 차원의 근본적인 관리 시스템 도입을 강조했다.
이정민 변호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민번호를 부여하는 것처럼 정신질환 검사를 의무화하고, 정신질환이 심한 경우에는 국가가 관리해서, 그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