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니?" 새벽 3시, 숙소 주인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다
"자니?" 새벽 3시, 숙소 주인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다
CCTV 없어도 '이 증거'면 유죄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A씨. SNS 추천을 믿고 예약한 인천공항 인근의 게스트하우스는 악몽의 공간이 됐다.
친절해 보였던 숙소 주인은 새벽 2시 반, "자고 있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불 꺼진 방에서 답하지 않자, 30분 뒤 방문 앞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자냐'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한국어가 서툰 A씨가 "Sorry"라고 답하며 자고 있다는 뜻을 전한 순간, '삐-삐-삐-삑'.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주인이 방으로 들어왔다.
"No!"라고 외치며 이불을 뒤집어썼지만, 주인은 거침없이 안쪽 문까지 열고 침입했다. 극심한 공포 속에서 가까스로 저항한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주인은 현행범으로 연행됐다. 하지만 A씨를 더 절망시킨 것은 그 이후였다.
주인은 "내가 당신을 좋아해서 그랬다. 당신도 날 좋아하는 줄 알았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이 사실을 알리면 명예훼손으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협박까지 했다.
심지어 A씨가 상담한 변호사는 "주인의 범행이 미수에 그쳤기 때문에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CCTV도 없어 입증이 어렵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정말 사실일까.
미수라서 처벌 안 된다?
"미수라서 강간죄가 안 된다"는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우리 형법은 강간죄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범행을 시도하다가 실패했더라도 '강간미수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주인이 성폭행 의도를 갖고 피해자의 저항을 억압할 정도의 행위를 시작했다면, 설령 성관계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범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본다. A씨의 사례처럼, 명백한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방에 침입한 행위는 강간미수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 나아가 다른 혐의들도 추가될 수 있다.
- 주거침입죄: 주인의 행위는 강간미수와 별개로 그 자체로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강간 수단으로 이뤄졌더라도 각각 별개의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1984. 8. 21. 선고 84도1550 판결).
- 강간치상죄: 만약 A씨가 이번 사건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충격으로 상해 진단을 받는다면, 혐의는 더욱 무거워진다. 대법원은 강간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그 과정에서 가해진 폭행으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1988. 11. 8. 선고 88도1628 판결).
CCTV 없다면? 결정적 무기는 '이것'
CCTV가 없더라도 유죄를 입증할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무기는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다. 최근 법원은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며,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A씨의 경우, 주인 스스로 범행을 자백하는 디지털 증거를 확보했다. 그가 보낸 "미안하다", "내가 당신을 좋아해서 그랬다"는 메시지는 자신의 행동이 A씨의 동의 없이 이뤄졌음을 시인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즉시 신고하고, 가해자의 말과 행동, 자신의 감정까지 상세하게 기록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