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광화문 공연, 경찰 6500명 투입…비용은 누가 내나
BTS 광화문 공연, 경찰 6500명 투입…비용은 누가 내나
21일 광화문 광장 'ARIRANG' 컴백쇼에 건물 폐쇄·무정차 통과 등 역대급 통제
경찰 6500명 투입의 법적 정당성과 비용 부담 논란 총정리

방탄소년단 bts / 공식 홈페이지
오는 21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광장 공연을 앞두고 사상 초유의 도심 통제가 예고됐다.
예상을 뛰어넘는 철통 보안에 일각에서는 과도한 조치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대규모 경찰력 투입에 따른 비용을 국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법적 한계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정규 5집 발매 기념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을 개최한다.
이번 오프라인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경찰과 서울시는 당일 약 26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초대형 행사인 만큼 통제 규모도 역대급이다.
경찰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인근 31개 건물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출입구 일부를 폐쇄하고 옥상 및 상층부 통제를 요청했다.
인근 상업 시설인 KT웨스트 사옥은 자체 판단하에 건물을 전면 폐쇄하고 입점 식당들도 휴점하기로 했다.
공연 당일 결혼식이 예정된 프레스센터는 하객을 대상으로 핸드스캐너 검색까지 진행한다.
교통 통제도 전면적으로 이루어진다.

세종대로 광화문에서 시청 구간은 공연 전날인 20일 오후 9시부터 22일 오전 6시까지 차량 통행이 차단된다.
21일 오후에는 지하철이 광화문역, 시청역, 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할 예정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경찰력의 규모다.
기동대 70여 개 중대를 비롯해 교통, 형사, 특공대 등 무려 6500명의 경찰관이 현장에 투입되며 공식 출입구 31곳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된다.
이에 대해 온라인 공간에서는 "국가 행사도 아닌데 유난스럽다", "주말 도심을 왜 마비시키느냐"는 비판과 "이태원 참사나 이란 분쟁 등 테러 가능성을 고려하면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특공대 투입이 유난? 안 막으면 오히려 경찰이 위법
단일 민간 공연에 특공대를 포함한 6500명의 공권력이 투입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26만 명이 모이는 밀집 행사에서 경찰이 개입하지 않는 것 자체가 오히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3다49009 판결)에 따르면, 경찰관이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경우 그러한 부작위는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위법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법원의 판단은 더욱 엄격해졌다.
관련 재판(서울서부지방법원 2023고합25 판결)에서 재판부는 경찰의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을 근거로, 경찰은 주최자의 유무나 공익성 여부를 불문하고 군중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사전에 예방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즉, 대규모 인파 밀집과 최근 제기되는 테러 위협 등 구체적 위험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특공대 투입은 경찰의 당연한 직무 집행에 해당한다.
헌재가 짚은 '비례원칙', 26만 인파 앞에서는?
다만 경찰권의 발동은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건물 옥상 통제, 지하철 무정차, 차량 통제 등은 시민의 통행의 자유와 인근 상인들의 영업의 자유를 불가피하게 제한하기 때문이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서울광장 통행저지 사건(헌법재판소 2009헌마406 결정)에서 공권력 행사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과잉금지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방탄소년단 공연 통제의 경우, 26만 명이라는 천문학적인 인파 규모와 압사 사고 및 테러 위험성을 고려할 때 목적의 정당성은 뚜렷하게 인정된다.
건물 출입 통제의 경우 시의 강제적 처분이 아닌 행정지도 성격과 건물주의 자체 판단이 결합된 형태이므로 직접적인 위법 요소를 찾기는 어렵다.
도심 한복판에서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이 크더라도,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된 결과다.
수익은 기획사가, 6500명 경비는 세금으로? 법적 공백의 역설
법적 정당성과 별개로 남는 맹점은 바로 '비용'이다.
하이브와 방탄소년단 측은 넷플릭스 중계와 음반 발매 등으로 막대한 상업적 이익을 거두지만, 정작 이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투입되는 6500명의 경찰력 비용은 전액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규모 민간 행사에 투입된 경찰력의 초과 비용을 행사 주최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행 공연법(시행령 제9조의2)에 따라 3000명 이상 관람 공연은 공연비용의 1.21% 이상을 안전관리비로 책정해야 하지만, 이는 민간 경호 인력 등에 국한될 뿐 국가 공권력 투입 비용과는 무관하다.
반면 해외의 경우 이를 입법으로 해결한 사례가 있다.
독일 바이에른(Bayern)주의 경우, 평시에 통상적으로 투입되는 경찰력을 초과하여 투입된 비용은 영리 목적의 행사 주최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도록 입법화되어 있다.
수익자 부담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다.
결국 이번 방탄소년단의 광화문 공연은 전 세계적인 문화 행사라는 화려한 이면 뒤에, 민간 수익 행사에 공공 비용이 무한정 투입되어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법적·제도적 과제를 남기게 됐다.
현행법상 경찰의 출동은 합법적이고 필수적이지만, 그 거대한 청구서를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입법적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