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자녀 계좌로 3억 사기 벌인 남성… 법원 “아내는 공범, 자녀는 무죄”
아내와 자녀 계좌로 3억 사기 벌인 남성… 법원 “아내는 공범, 자녀는 무죄”
징역 2년 실형 후 이어진 민사소송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년간 지인들을 상대로 3억이 넘는 돈을 뜯어낸 남성 A씨. A씨는 결국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A씨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와 두 자녀를 상대로 “사기 피해액 전부를 돌려달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 남자의 범죄가 온 가족의 책임 문제로 번진 것이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엄성환 판사는 최근 이 가족 사기 사건의 민사 판결에서 주범 A씨와 그의 아내에게는 수천만 원의 공동 배상 책임을, 두 자녀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사업에 투자해”, “이 아파트 사” 끝없는 거짓말
A씨의 사기 행각은 치밀하고 대담했다. 그는 2013년부터 신문 판촉 일을 하며 알게 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처음에는 “사업권을 넘겨받아 같이 운영하자”며 ‘희망보증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받아 가로챘다. 아들의 은행 계좌를 이용해 돈을 받는 수법을 썼다.
이후 A씨의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재개발 계획이 있는 아파트를 사면 1억 넘게 수익이 난다”고 속여 1,485만 원을, 심지어 “내 소유의 아파트 2채를 싸게 팔겠다”며 있지도 않은 아파트를 미끼로 3,310만 원을 추가로 뜯어냈다. 이때는 아내의 계좌를 이용했다.
A씨 범행의 정점은 ‘고수익 사금융 투자’ 사기였다. 그는 “투자하면 일주일 만에 원금의 10%를 수익으로 주겠다”고 현혹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80회에 걸쳐 2억 3,745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딸을 “투자처 사장 부인”이라고 속이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고, 아들과 딸, 아내의 계좌를 번갈아 사용하며 돈을 빼돌렸다. 받은 돈은 다른 피해자에게 수익금인 것처럼 주는 돌려막기와 개인 생활비로 탕진했다.
아내가 공범으로 판가름 난 결정적 증거
형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A씨. 피해자들은 A씨의 범행에 계좌를 빌려준 아내와 자녀 역시 형사상 공범에 준하는 민사상 공동불법행위자라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가족 전체가 범죄에 가담했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먼저 아내의 책임에 대해, 재판부는 3,310만 원을 송금받은 허위 아파트 매매 사기에 대해서만 공동 책임을 인정했다. 단순히 계좌를 빌려준 것을 넘어 범행을 도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가 아내의 책임을 인정한 결정적 한 방은 바로 문자메시지 한 통이었다. 아내는 남편을 대신해 피해자에게 “취득세 및 등기비용을 보내달라”는 독촉 메시지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직접 전송했다. 이 문자 한 통이 아내를 적극적 방조범으로 규정하는 낙인이 된 것이다.
재판부는 “아내는 남편이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무책임함을 잘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계좌를 사용하게 하고, 직접 등기비용을 청구하는 메시지까지 보낸 것은 범행을 방조한 행위”라고 명확히 밝혔다. 아내는 "남편이 몰래 내 휴대폰을 썼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녀들이 책임 면한 이유
반면, 법원은 두 자녀에 대한 피해자들의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이들 계좌가 범행에 사용된 것은 사실이지만, 범행을 공모했거나 도왔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금융거래내역을 근거로 “자녀들 명의 계좌로 송금된 돈은 대부분 그 무렵 다시 인출되거나 다른 곳으로 송금됐다”고 지적했다. 즉, 돈이 잠시 머물렀다 사라졌을 뿐, 자녀들이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계좌로 송금된 돈을 실제로 사용한 사람은 아버지로 보인다”며, 자녀들이 자신의 계좌가 사기 범행에 쓰일 것을 예측하고도 빌려줬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주범 A씨에게는 피해액 전액을, 아내에게는 그녀가 가담한 범행 액수(3,310만 원)에 대해서만 A씨와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