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고급아파트 '상간녀 꽃뱀' 플랜카드 게시, 사실이든 아니든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
강남 고급아파트 '상간녀 꽃뱀' 플랜카드 게시, 사실이든 아니든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
일부 정보 가려도 특정 가능하면 처벌 대상
사실이어도 처벌 허위사실이어도 처벌
허위사실시 최대 징역 5년·벌금 1천만원

서울 강남구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에 특정 여성을 겨냥한 명예훼손성 플랜카드가 게시되어 있다(윗 사진). 인근 사무용 빌딩들이 있는 강남구의 한 도로에도 비슷한 취지의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서울 강남구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에 특정 여성을 겨냥한 명예훼손성 플랜카드가 게시되어 법적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플랜카드에는 불륜 관계를 지적하며 특정인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모든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부 정보를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문제가 된 플랜카드는 아파트 단지 내 공개된 장소에 게시되었으며, 특정 여성을 지목하여 불륜 관계 및 가정 파탄의 주범으로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플랜카드에는 해당 인물의 사진과 함께 아파트 동·호수, 이름 등의 정보가 일부 가려진 채 기재되어 있었으나, 해당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누구를 지목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공연성, ②사실의 적시, ③명예훼손 결과, ④피해자 특정 등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무죄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에는 모두 충족되는 것으로 보인다.
①공연성 요건 충족
이번 사건에서 공연성은 아파트 단지라는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 플랜카드를 게시한 것으로 넉넉히 인정된다.
②사실의 적시 요건
사실의 적시 측면에서도 단순한 의견표명이 아닌 구체적이고 시공간적으로 특정된 사실관계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대해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도4573 판결). 이번 사건의 플랜카드 내용은 특정 여성이 유부남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고 있어 이 요건에 해당한다.
③명예훼손 결과 및 ④피해자 특정 요건
명예훼손 결과 측면에서도 플랜카드의 내용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해당 인물의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저하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평가된다. 특히 '상간녀', '꽃뱀'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특정인을 지칭한 것은 사회적 평가 저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다.
피해자 특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법원은 집합적 명사를 사용한 표현이라도 그 집단의 규모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도14678 판결). 또한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에서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 여부는 표현 내용의 전체적 취지와 일반인의 보통 주의력과 이해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5다55510 판결). 이번 사건에서는 아파트 동·호수와 이름의 일부가 명시되어 있어 특정 개인을 지목하고 있음이 인정되므로, 피해자 특정 요건도 충족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플랜카드에 적시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적시한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고의 요건이 필요하다.
면책되는 예외 사항에 해당할지도 살펴봤지만, 그럴 가능성 희박
형법 제310조에 따른 위법성 조각사유 적용 가능성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 조항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플랜카드를 게시한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정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사적 분쟁이나 보복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플랜카드에 사용된 '꽃뱀'이라는 표현의 경우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으나, 판례에 따르면 하나의 표현물에 모욕적 언사를 섞어서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모욕죄는 명예훼손죄에 흡수되어 명예훼손죄 1죄만이 성립한다고 본다(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 2003. 1. 30. 선고 2002고단89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