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이 내 나체사진 조작해 신고했다” ‘유령 메시지’와 싸우는 남성
“전 여친이 내 나체사진 조작해 신고했다” ‘유령 메시지’와 싸우는 남성
법조계 “해외 거주자 무고죄 처벌 사실상 불가능
디지털 증거 조작 입증이 유일한 살 길”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경찰로부터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이 종결됐다는 통보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다시 피의자 신분이 됐다. 미국으로 떠난 전 여자친구 B씨가 "A씨가 내 나체 사진을 보내며 협박했다"며 제출한 '라인 메시지' 캡처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A씨는 자신이 보낸 적 없는 명백한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은 연인 간의 다툼을 넘어 한 남성의 인생을 뒤흔드는 형사 고소로 번졌다. A씨는 미성년자인 외국인 여자친구 B씨와 교제했으나, 관계가 틀어지자 B씨는 A씨를 강간 및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B씨와 주고받았던 다정한 메시지들을 증거로 제출했고,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한 차례 불송치(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B씨가 미국으로 출국한 뒤 추가 자료를 제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A씨는 B씨가 평소 쓰던 다른 휴대전화(투폰)로 혼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터 망치'로 깰 '유령 메시지'의 덫
A씨의 운명을 가를 핵심 쟁점은 B씨가 제출한 '라인 메시지'의 진위 여부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혐의를 벗기 위해선 해당 증거가 조작됐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예서 법률사무소의 배재용 변호사는 "단순 화면 캡처만으로는 증거력이 낮다"며 "반드시 휴대폰 원본이나 서버 기록으로 검증을 요구해야 하고, 실제로 보낸 적 없는 메시지라면 객관적인 감정 결과가 무죄 입증에 중요한 방패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 역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해당 메시지의 발신자, 원본 여부, 조작 가능성을 반드시 다퉈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 휴대전화에 동일 메시지가 없고, 계정 로그인 기록이나 통신사 기지국 기록으로도 발신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에서도 신빙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눈에 보이는 캡처 화면이 아닌, 서버에 남은 '데이터'가 진실을 말해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경 너머의 거짓말, '무고죄' 처벌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억울함을 호소하는 A씨가 가장 원하는 것은 B씨를 무고죄(허위 사실로 고소하는 죄)로 처벌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B씨가 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라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무법인 영웅의 박진우 변호사는 "무고죄로 고소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녀를 한국 법정에 세워 실제 처벌까지 받게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인터폴을 통한 국제 공조 수사 역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박 변호사는 "인터폴은 살인, 마약, 중대 테러 등 중범죄가 아니면 수사 협조를 하지 않는다"며 "무고죄만으로 범죄인 인도 청구(외국에 있는 피의자를 국내로 송환하는 절차)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러 변호사들은 "B씨에 대한 무고죄 고소는 그녀가 한국에 다시 입국했을 때 수사가 개시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겨두는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법조계는 A씨에게 '선택과 집중'을 주문했다.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맞고소에 힘을 쏟기보다, 현재 진행 중인 강간·협박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한 번 불송치 결정이 났었기 때문에 변호인을 선임해 법리적으로 무혐의를 다툰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A씨의 운명은 국경 너머의 '거짓'을 국내 법정에서 '데이터'로 증명해낼 수 있느냐에 달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