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서 선서 거부는 처음"…이상민·김용현, 한덕수 재판서 초유의 사태
"형사재판서 선서 거부는 처음"…이상민·김용현, 한덕수 재판서 초유의 사태
증인 선서 거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선서 및 증언을 전면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두 전직 장관은 자신들에게 '진행 중인 형사재판과 관련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증언을 거부했다.
특히 이 전 장관은 "관련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선서 자체를 거부했고, 재판부는 "형사재판 하면서 선서 거부는 처음 봤다"고 언급하며 이례적인 상황임을 강조했다.
법정의 충돌: 선서 거부와 과태료 50만원
김 전 장관은 전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가 재판부의 구인영장 집행 예고에 출석했지만, 선서 전 "현재 진행 중인 본인의 형사 재판과 관련돼 있어 증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특검팀의 모든 질문에 증언 거부권을 행사했다. 특검팀은 계엄 당시 각 부처에 교부할 지시 문건 작성 여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사실 여부 등 사건의 핵심을 묻는 질문을 던졌으나 모두 답변을 거부당했다.
이 전 장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선서 자체를 거부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선서 거부에 대해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고, 이 전 장관은 "그러시라"고 답한 뒤 즉시 이의제기 의사를 밝혔다.
신문 과정에서도 이 전 장관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인데 왜 저에 대한 것을 물어보시느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특검팀과의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증언 거부와 관련하여 "재판받고 있는데, 저희 재판 과정에서 폐쇄회로(CC)TV 등 정황을 봤을 때 깊이 관여된 것으로 보인다. 그걸 고려해 증언 거부를 허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선서 거부에 대해서는 "사유가 없어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판단했다.
변호인 '법정 소란'에 감치재판 진행
이날 법정에서는 김 전 장관 측 변호인 이하상 변호사의 행위로 인해 또 다른 충돌이 발생했다. 이 변호사는 '신뢰관계 동석'을 신청하고 법정에 나왔으나, 재판부는 해당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퇴정을 명하자 이 변호사는 "직권남용"이라고 항의하며 법정 소란 행위를 이어갔고, 결국 재판부는 감치(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을 유치장이나 교도소에 가두는 일)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앞서 "재판부에는 질서 유지 의무가 있다.
위반 행위가 있을 시 1차 경고, 2차 퇴정, 3차 감치를 위한 구속을 하겠다"며 법정 내 소란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선서 거부'에 대한 법적 쟁점 분석: 위증죄 위험 회피 목적?
이번 사태의 핵심 법적 쟁점은 '형사소송법상 증인의 선서 거부 가능 여부'다.
선서의무의 원칙: 형사소송법은 증인에게 원칙적으로 선서할 의무를 부과하며, 선서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 등 선서 무능력자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한다.
선서거부권의 부재: 형사소송법은 증언거부권(제148조)은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선서거부권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민사소송법이나 국회증언감정법이 선서거부권을 명시한 것과는 대비된다.
증언거부권과의 구별: 법리적으로 증인은 일단 선서를 한 후, 자신의 형사소추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질문에 대해 개별적으로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전 장관과 같이 선서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법이 예정하지 않은 방식이며, 재판부가 과태료를 부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재판부는 자신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선서 거부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실무상 이례적 상황: 재판부가 "형사재판 하면서 선서 거부는 처음 봤다"고 언급한 것은, 실무 관행상 증인들은 위증죄의 위험을 고려하더라도 일단 선서를 한 후 질문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왔음을 시사한다.
이 전 장관의 선서 거부는 위증죄의 위험으로부터 전적으로 벗어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으며, 향후 과태료 재판 절차에서 이 선서 거부의 정당성이 다시 심리될 예정이다.
향후 전망: 과태료 재판과 윤 전 대통령 증인 출석
이 전 장관이 과태료 부과에 대해 즉시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향후 과태료 재판 절차에서 형사소송법상 선서 거부의 정당성 여부가 다시 심도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상 선서거부권의 인정 여부 및 범위에 관한 법리가 보다 명확히 정립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오후 4시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관련 재판에 처음으로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역시 당초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의 구인영장 집행 예고에 따라 입장을 바꿔 출석을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