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강간미수男' 무죄⋯ 법이 보기엔 그는 덜 집요했고, 덜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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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강간미수男' 무죄⋯ 법이 보기엔 그는 덜 집요했고, 덜 잔인했다

2019. 10. 16 19:30 작성
안세연 인턴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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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미수 무죄판결 받은 '신림동 강간미수사건’, 주거침입만 인정돼 징역 1년

대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1991년 강간미수사건', 이번 사건과 다른 점은

'신림동 강간미수 CCTV 영상' 속 남성이 강간미수죄 처벌을 피했다. /유튜브

서울 신림동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뒤쫓아가 집에 들어가려고 했던 30대 남성이 강간미수죄 처벌을 피했다. 수십 차례 문을 두들기고 문이 열릴 때까지 복도에 숨어있는 등의 행동이 CC(폐쇄회로)TV에 고스란히 찍혔지만 법원은 강간미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여성계를 중심으로 “여성들이 얼마나 더 강간을 당해야 처벌하겠느냐”며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판례를 찾아보니 우리 사법부는 피의자가 훨씬 더 집요한 시도를 한 경우에만 강간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간발의 차로 문 닫혀 침입 실패한 ‘신림동 강간미수사건’

이날 강간미수 무죄를 선고 받은 조모(30)씨는 지난 5월 28일 오전 6시 3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원룸에 사는 20대 여성을 뒤따라가다 10분 이상 현관문을 열려고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모습이 찍힌 CCTV 영상 등을 종합해보면, 조씨는 거리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발견한 후 옷 속에 넣어둔 모자를 꺼내 눌러 쓴 다음 원룸까지 약 200m를 뒤따라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후 여성이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로 쫓아가 문을 잡았지만, 문이 닫혀 안으로 들어가는 데 실패했다. 간발의 차였다.


닫힌 문 앞에서 서성이고 계단에 숨어 있기도 한 남성은 지문을 확인해 비밀번호를 확인하려는 행동도 했다. /JTBC 캡처


조씨의 이런 모습이 담긴 영상은 '신림동 강간미수 CCTV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검찰은 주거침입과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최종적으로는 두 죄를 합쳐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번 사건에서 ‘강간미수’ 혐의 무죄가 선고된 이유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속 30대 남성이 지난 5월 3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김연학 부장판사)는 16일 조(30)씨에게 주거침입죄 하나만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강간미수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조씨가 문을 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하며 피해자에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주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말을 걸기 위해 뒤따라갔다는 피고인 주장을 완전히 배척할 수 없다”며 “조씨가 현관문을 치는 등의 행위는 의심 없이 강간으로 이어질 직접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미수(未遂)’ 사건의 경우 고의를 함부로 추정해선 안 되고, 객관적 행위 등 간접사실을 통해 죄를 범하려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의도가 확인돼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훨씬 더 집요하고 잔인해야 ‘강간미수죄’ 인정하는 사법부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돼야 강간미수죄가 인정될까.


대법원이 1991년 유죄로 인정한 강간미수사건을 통해 알아보자. 다음은 판결문 일부다.


“피고인이 간음할 목적으로 새벽 4시에 여자 혼자 있는 방문 앞에 가서 피해자가 방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부수고 들어갈 듯한 기세로 방문을 두드리고 피해자가 위험을 느끼고 창문에 걸터 앉아 가까이 오면 뛰어 내리겠다고 하는데도 베란다를 통하여 창문으로 침입하려고 하였다면 강간의 수단으로서의 폭행에 착수하였다고 할 수 있으므로 강간의 착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이번 사건과 차이가 나는 대목은 두 가지다.


① 방문을 부수고 들어갈 듯한 기세로 두드린 것 ② 여성이 창문에 걸터앉아 “가까이 오면 뛰어 내리겠다”고 하는데도 베란다를 통해 또다시 침입하려고 한 부분이다.


신림동 사건에서 조씨는 10분간 피해자 원룸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부수고 들어갈 듯한 기세’는 아니었다. 또 이번 사건 피해자는 “들어오면 밖으로 뛰어내리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 집요한 시도가 아니면 강간의 착수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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