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찾은 아버지, 50억 유산은 어디로 갔나
28년 만에 찾은 아버지, 50억 유산은 어디로 갔나
치매 아버지 후견인 자처한 큰아버지… 아들, '유산 분쟁' 법적 대응 돌입

28년 만에 치매 걸린 아버지 소식을 들은 A씨는 사라진 50억대 할아버지 유산을 수상히 여긴다. / AI 생성 이미지
28년간 생사조차 몰랐던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쓰러졌다는 소식이 법원에서 온 등기 한 통으로 날아들었다.
아버지를 대신해 후견인이 되겠다고 나선 큰아버지. 하지만 50억대 자산가였던 할아버지의 유산이 모두 사라졌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A씨는 아버지의 재산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외로운 싸움에 나섰다.
법원 등기 한 통으로 시작된 28년 만의 비극
스물아홉 살 A씨는 돌 무렵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와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법적 양육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2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운 마음에 아버지를 찾아 나섰지만, 바뀐 연락처와 말소된 주소는 아들의 기대를 번번이 꺾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갈 무렵, 법원에서 등기우편물 한 통이 날아들었다.
아버지가 피후견인(정신적 제약으로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 되고, 아버지의 친형, 즉 A씨의 큰아버지가 후견인 지정을 청구했다는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 서류였다.
50억 자산가 할아버지, 아버지는 왜 수급자인가?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은 큰아버지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아버지가 원인불명의 치매 진단을 받고 요양병원에 있으며, 이제는 자기 이름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큰아버지는 아버지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향후 일처리를 위해 후견인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고작 5억 정도를 빌려 쓰고 기초수급자가 되어 인사불성으로 누워있는 아버지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라며 강한 의문을 품었다. 그의 기억 속 친가는 1999년 당시 인천에 건물 4채, 최소 50억 원대 자산을 보유한 부유한 집안이었기 때문이다. 약 10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아버지에게도 막대한 유산이 돌아갔어야 마땅했다.
“아들이 직접 나서라”…전문가들의 한목소리
A씨는 아버지의 재산에 부당한 일이 있었다고 보고 법률 전문가들의 문을 두드렸다. 전문가들은 아들이 직접 후견 절차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추은혜 변호사(법률사무소 더든든)는 “후견개시 심판에서 자녀인 A씨의 의견이 중요하므로, 현 상황에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하며 아들의 역할이 결정적임을 시사했다.
심규덕 변호사(법무법인 심) 역시 법원에 제출할 의견청취서에 큰아버지의 후견인 지정에 ‘부동의’ 의견을 명확히 밝히고, 아들 자신이 직접 후견인이 되겠다는 의사를 기재하라고 조언했다. 재산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큰아버지에게 아버지의 재산 관리 권한을 넘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상속회복 10년 시효’의 벽, 그래도 길은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시간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었을 가능성이 커, 상속재산을 되돌려 달라는 ‘상속회복청구권’은 행사 기간(침해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났을 수 있다.
하지만 법적 구제 방법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후견인으로 지정되면 아버지의 법정대리인 자격으로 재산 내역을 합법적으로 조사할 권한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큰아버지가 아버지의 상속재산을 부당하게 가로챘거나 불법적으로 처분한 증거가 나온다면, ‘부당이득반환청구’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재산을 되찾을 수 있다. 이는 상속회복청구권과 별개의 소송으로, A씨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다.
윤영석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설령 큰아버지가 후견인으로 선정되더라도 방법은 남아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큰아버지가 후견인으로 선정된다면 증거를 수집하여 후견인 변경신청을 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28년 만에 마주한 아버지의 비극 앞에서, 아들의 외로운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