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 1년 7개월…판결문에 '딥페이크' 언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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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1년 7개월…판결문에 '딥페이크' 언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22. 03. 04 11:47 작성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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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6월 시행된 딥페이크(Deepfake) 처벌법. 법 시행 이후 딥페이크 범죄로 재판을 받은 건 대법원에 공개된 판결문 기준 12건. 그중 판결문에 '딥페이크'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사건만 9건이었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n번방' 사태로 알려진 텔레그램 성착취물 문제는 우리 사회에 디지털 범죄 심각성을 각인시켰다. 손에 쥔 휴대전화만으로도 누구나 성범죄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앞다퉈 처벌 법령이 만들어졌다. 그중 하나가 지난 2020년 6월 시행된 '딥페이크(Deepfake) 처벌법'이다.


누군가의 얼굴이나 신체, 음성 등을 허위 성착취물로 만들거나 배포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영리를 목적으로 이를 퍼뜨리면, 벌금형 없이 7년 이하 징역에 처하기로 했다(같은 조 제3항).


그리고 이 법이 시행된 이후 딥페이크 범죄로 재판을 받는 경우가 속속 등장했다. 대법원에 공개된 판결문은 12건. 그중 판결문에 '딥페이크'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사건만 9건이었다.


성범죄 전과자는 한 명도 없었다⋯'초범'이 66.7%

지난 2018년~2020년 사이엔 '딥페이크'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판결문이 0건이었다. 당시에도 누군가의 사진을 합성해 성착취물로 만드는 범죄가 존재했지만, 법원은 이를 특수한 범죄 양상으로 분류하진 않았다.


그러나 2020년~2022년 사이엔 상당수 판결문에서 '딥페이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딥페이크 범죄가 일부 사람들만의 이슈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쟁점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톡뉴스는 딥페이크 판결문에 담긴 면면을 들여다봤다. 딥페이크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 중 과거 성범죄 전과가 있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피고인 12명 중 8명이 전과 자체가 없는 초범(66.7%)이었고, 나머지 4명은 다른 범죄로 벌금형을 받았던 경우였다(33.3%).


딥페이크로 처벌 받은 사람 대부분이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딥페이크로 처벌 받은 사람 대부분이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다시 말해 대부분이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는 곧 딥페이크 범죄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범죄라는 걸 보여주는 셈이다. 사건 속 피고인들은 일상에서 활용하던 SNS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드는 방법을 익히거나, 완성품을 제공받았다. 그리고 다시 이 방법을 거쳐 딥페이크 성착취물들을 유통시켰다.


12건 중 5건은 '지인'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범죄 저질러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75%는 불특정 다수에게 퍼뜨리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판결문 12건 중 9건이 '판매용' '유포용'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든 경우였다.


주요 유통망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SNS나 텔레그램 채팅방이었다(58.3%). 판결문을 통해 확인된 딥페이크 범죄 12건 중 7건이 이 방식을 이용했다. 성인사이트 같은 전통적인 유통망을 이용해 퍼뜨리는 경우는 2건이었다(16.7%).


피고인들은 이처럼 친숙한 채널을 이용해 쉽게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팔아넘겼다. 단 3주 동안 트위터 채널 하나만으로, 딥페이크 3039건을 포함해 각종 성착취물을 5293건이나 유통시킨 피고인들도 있었다. 이들은 문화상품권 PIN 번호를 받고 성착취물 링크를 넘겨주는 간단한 방식을 통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다.


이들에게 범죄를 당한 피해자는 크게 세 경우로 나뉘었다. 연예인 등 유명인과 성명 불상의 일반인, 그리고 가해자의 지인이었다. 판결문 12건 중 4건에선 국내 걸그룹이나 여자 연예인 같은 유명인들이 피해자가 됐다(33.3%). 종종 운동선수나 국회의원이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성명 불상의 일반인이 피해자가 되는 비율은 25%(3건)였다.


가장 많이 피해를 입은 사람은 가해자의 '지인'들이었다. 12건 중 5건이 아는 사람에게 딥페이크 범죄를 당한 사례였다(41.7%). 심지어는 10년간 알고 지낸 지인을 상대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들어 낸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풀려나

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딥페이크 범죄로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박사방 일당이 유일했다.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A씨는 항소심(2심)에서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A씨는 걸그룹부터 인터넷 방송 BJ, 운동선수, 국회의원, 일반인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해 배포한 사람이었다. 그가 만든 성착취물만 545건이었지만 2심 재판부는 '초범'이라며 감형을 택했다.


그 외에 딥페이크 범죄 사건 12건 중 10건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그쳤다(83.3%). 다른 1건은 벌금 500만원이었다(8.3%).


딥페이크 범죄 사건 12건 중 10건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그쳤다. /셔터스톡·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딥페이크 범죄 사건 12건 중 10건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그쳤다. /셔터스톡·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아동 성착취물부터 딥페이크 성착취물까지 5293건에 달하는 영상물을 퍼뜨린 피고인들조차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지난해 6월, 부산지법은 "피고인들이 얻은 범죄 수익이 소액이 아닌 데다, 많은 양의 성착취물을 유포했다"고 꾸짖으면서도 "초범이고 만 18세에 불과하다"면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내줬다.


피해자가 14세에 불과한 사건에서조차 실형은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 B씨는 익명 채팅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에게 거듭해서 자신의 신체 사진을 보내고, 급기야는 피해자가 자신과 유사성행위를 하는 듯한 모습을 딥페이크로 만들어 보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인천지법이 택한 형량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1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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