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 '백신 새치기'한 이들⋯괘씸해도 처벌할 수 없는 이유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 '백신 새치기'한 이들⋯괘씸해도 처벌할 수 없는 이유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 '백신 새치기' 사건 벌어져
정세균 국무총리도 "가능한 모든 제재수단 검토해달라"고 하면서 엄벌 분위기 만들어졌지만
변호사들은 "처벌 어려울 것"⋯왜?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던 지난달 26일. 국내 첫 '백신 새치기' 사건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들의 형사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어째서일까. /연합뉴스⋅다음지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6일,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던 바로 그 날. 우리나라에서도 우려했던 백신 '새치기' 사건이 벌어졌다.
해외 사례와 수법도 비슷했다. 경기도의 병원 고위 관계자들이 자기 차례가 아니었는데도 백신을 접종받은 것. 이들 10명은 접종 대상자인 의료진도, 환자도 아니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의 이사, 가족, 지인 등 이었다.
문제가 되자 질병관리청은 "법령을 검토해 형사 고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가능한 모든 제재수단을 검토해 엄정 조치해달라"고 지시하면서 엄벌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괘씸한 행동인 건 맞지만, 형사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왜 그런지 정리해봤다.
어째서일까. 다음 세 가지 사실관계가 결합하면서다.
① '백신 새치기'를 처벌하는 조항이 들어간 새 감염병예방법은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② 이들은 새 법이 시행되기 전에 백신을 새치기했다.
③ 어떤 경우라도 '시행 예정인 법령'을 (시행하기 전에) 미리 적용할 방법은 없다.
실제 '백신 새치기'를 처벌하는 신설 규정은 지난 2월 국회 본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①).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총괄과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들은 지난달 26일 백신을 새치기했다(②).

간호사 출신인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는 "지난달 26일 벌어진 범죄에 대해 새로 시행될 예정인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③)"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도 "행위시법주의(行爲時法主義) 원칙에 따라 행위 시의 법규만 적용할 수 있다(③)"며 "처벌은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감염병예방법이 아닌 다른 법률로 이들을 처벌할 순 없을까. 형법상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죄 등을 검토했다. 위계(僞計⋅속임수)를 사용해 공무 집행을 방해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였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것 역시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임원택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사립(私立) 요양병원에서 이뤄진 예방접종이었다"며 "이들이 공무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보이진 않기 때문에 이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사 겸 변호사인 정필승 변호사(법무법인 우성)도 "처벌은 어려울 것 같다"며 "해당 예방접종이 공무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했다.
다만, 오지은 변호사는 "이 죄의 적용이 가능해 보인다"며 이 죄에서 말하는 '공무 집행'의 범위를 넓게 봤다
오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백신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음에도 이를 어기고 접종을 받은 사건"이라며 "백신 관련 업무에 있는 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방해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