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근 '안전이별'이 화두" 사회적 문제 인지한 재판부, 그런데 형량은 '그대로'
[단독] "최근 '안전이별'이 화두" 사회적 문제 인지한 재판부, 그런데 형량은 '그대로'
연인의 이별 통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머물던 숙소로 끌고 간 남자친구
"여성들 '안전이별' 방법 공유한다" 재판부도 알고 있지만⋯형량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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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안전이별'이 화두이다." 판결문에 등장한 '안전이별’의 정의. 이를 지적한 만큼 전향적인 판결이 나왔을까 싶었지만 형량은 그대로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1월 광주지법 법정. 노재호 부장판사는 '강간미수' 사건을 다루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안전이별'이 화두이다." "헤어지자는 피해자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가 성폭행하려고 한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
이별 통보를 한 여성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늘어났다며,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형량은 이상하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였다.
사건은 지난 2019년 여름, 연인 관계였던 두 사람 사이에서 발생했다. 피해자이자 여자친구였던 A씨는 B씨에게 이별을 고했다. B씨는 "조용한 데 가서 얘기 좀 하자"며 A씨를 밖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A씨는 당연히 이 요구를 거절했지만, 술에 취해있던 터라 B씨의 숙소로 끌려갔다.
이후 A씨는 과음으로 몇 번의 구토 후 잠이 들었다. 새벽 무렵 정신이 든 A씨는 자신이 나체인 상태로 누워있는 것을 깨달았다. B씨는 침대에 걸터앉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옷을 빼앗은 것이었다. 이어 B씨는 A씨 휴대전화를 뒤져 다른 남성과 연락한 내용을 확인했다. 이후 성관계하는 장면을 찍어 그 남성에게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그럼에도 A씨가 "헤어지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자,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A씨가 강하게 거부하면서 미수에 그쳤다. 그러자 B씨는"헤어지려면 돈을 내놓으라", "만나는 동안 쓴 돈을 보내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A씨의 신고로 재판에 넘겨진 B씨. 사건을 맡은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노재호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안전이별'을 다음처럼 정의했다.
"한동안 사귀다가 맘이 맞지 않아 연인관계로부터 벗어나는 단계에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집착하는 남성들이 종종 벌이곤 하는 해코지(스토킹·감금·폭행·성폭력·동영상 또는 사진 유출 협박 등)로부터 안전하게 '이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활발하게 공유하기까지 한다."
재판부는 B씨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강제로 자신의 숙소로 데려가 옷을 빼앗고, 모욕적인 폭언을 하며 성폭행하려 했던 점이 그렇다고 했다. 덧붙여 A씨가 느꼈을 상당한 수치스러움과 두려움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B씨는 실형을 선고받지 않았다.
△강간 시도가 미수에 그쳤고 △범행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데다 △두 사람이 합의를 통해 B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는 점을 재판부가 고려했기 때문이다.
로톡뉴스는 이번과 비슷한 사건에서의 형량은 어느 정도인지, 재판부가 특별히 '안전이별'을 언급한 만큼 형량에 영향을 미쳤을지 확인해봤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LawTalk)의 인공지능(AI) 기반 '형량예측 서비스' 분석 결과, 딱 평균이었다. 강간미수 초범들이 가장 빈번하기 받는 형량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선고비율 27.8%)이었는데, B씨가 받은 형량도 딱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재판부가 사회적 문제는 인식하고, 지적까지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로톡뉴스=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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