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에 잡은 날짜인데"…BTS 광화문 공연과 겹친 결혼식, 위약금 감액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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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에 잡은 날짜인데"…BTS 광화문 공연과 겹친 결혼식, 위약금 감액 가능할까

2026. 03. 19 18:13 작성2026. 03. 19 18: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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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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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축제, 예비부부엔 날벼락

날짜 못 바꾸고 강행도 막막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앞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연 준비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연합뉴스

오는 21일 광화문 인근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 신부 A씨의 목소리에는 깊은 한숨이 배어있다. 같은 날 광화문광장에서 무려 26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방탄소년단(BTS)의 초대형 컴백 공연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 팬들에겐 꿈같은 축제지만, 1년 전부터 예식장을 예약하고 인생의 새 출발을 준비하던 예비부부들에겐 그야말로 날벼락이 떨어졌다.


뒤늦게 날짜를 바꾸려 해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예식장 위약금이 발목을 잡는다. 옴짝달싹 못 하게 된 예비부부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구제받을 길은 없는 걸까.


수천만 원 위약금 폭탄, 깎을 수는 없을까?


예비부부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가장 큰 장벽은 위약금이다.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예식장 계약의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 원칙적으로는 계약대로 내야 하지만,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같은 조 제2항에서 이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예식장 예약은 1년 전에 이루어지는데, 이번 공연 일정은 불과 3개월 전인 올해 1월 중순에야 공지됐다. 예비부부 입장에서는 계약 당시 26만 명이 몰리는 초대형 변수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셈이다.


과거 코로나19 사태 당시 법원은 "불가항력에 이르지는 않지만, 감염병 확산에 따른 정부 조치가 채무불이행에 영향을 미친 점 등을 고려해 위약금을 감액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사태 역시 예비부부의 잘못이 아닌 대규모 공공행사로 인한 교통 통제라는 외부 사정이 계약 이행을 방해한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위약금 감액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다만, 예식장 측도 해당 날짜에 다른 예약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으므로 위약금의 완전 면제보다는 적정 수준의 감액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하객 버스가 멈춰 섰다… 누구를 탓해야 하나?


가장 우려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하객 버스가 꽉 막힌 도로에 갇혀 결혼식을 놓치는 경우다.


안타깝게도 이 억울함을 묻을 확실한 책임자는 찾기 힘들다. 먼저 예식장은 외부 사정인 교통 체증으로 인한 불참이므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단, 예식장이 교통 통제 사실을 알고도 예비부부에게 숨겼다면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는 있다.


공연을 주최한 기획사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행사를 열었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교통 통제를 실시한 국가나 지자체 역시 적법한 행정 작용이었음을 입증한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배상 책임에서 벗어난다.


결국 사상 초유의 26만 명 도심 축제 앞에서, 예비부부들이 쥘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현실적인 방패는 예식장을 상대로 한 '위약금 감액 청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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