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있냐? 애인 있을 것 같다! 나는 여친 있다" 유부남 상사의 발언은 성희롱일까?
"애인 있냐? 애인 있을 것 같다! 나는 여친 있다" 유부남 상사의 발언은 성희롱일까?
성희롱으로 징계받은 소방 간부
법원 "경솔한 무례일 뿐, 성희롱 아냐" 징계 취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애인 있냐? 애인 있을 것 같다. 본인은 여친 있다."
새로 부임한 유부남 상사가 회식 자리에서 부하 직원에게 던진 이 말은 분명 무례하고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이다. 특히 기혼자인 상사가 자신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당당히 밝힌 점은 더욱 황당하게 들린다.
그렇다면 이 발언은 성희롱으로 징계받을 사유가 될까. 법원의 대답은 '아니요'였다. 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정선오)의 판결을 통해 그 이유를 들여다봤다.
회식 자리서 나온 발언, '국가공무원 성희롱 신고센터'로
사건의 발단은 2024년 2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방청 소속 A씨는 부서원들과 저녁 1차 회식을 마친 뒤, 2차로 인근 커피숍으로 향했다.
커피숍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의자와 테이블을 옮기며 어수선하던 찰나, A씨는 부하 직원인 B씨에게 문제의 발언을 던졌다. "애인이 있냐? 애인이 있을 것 같다! 본인은 여친 있다"는 말이었다.
큰 불쾌감을 느낀 B씨는 같은 해 10월 31일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국가공무원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에 A씨를 신고했다.
소방청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이를 성희롱으로 인정했고, 징계위원회는 A씨에게 '감봉 1월'의 징계를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소청심사위원회는 A씨가 32년간 모범적으로 공직 생활을 한 점 등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견책'으로 깎아주었다. 하지만 A씨는 이마저도 억울하다며 법원에 견책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무례한 농담일 뿐, 성적 의미 담긴 성희롱 아니다"
법정에서 A씨는 해당 장소에 간 적도, 그런 발언을 한 적도 없으며 백번 양보해 발언했더라도 성희롱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발언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이 발언이 "징계처분을 할 정도의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발언 내용과 정황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발언의 핵심이 교제 여부를 묻고 자신의 상황을 언급한 것일 뿐,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신체적 특징을 직접 언급하거나 암시하는 표현이 아니라고 보았다.
발언이 나온 상황 역시 다수의 동료가 함께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자리를 정리하던 어수선한 과정이었다. 법원은 이를 의도적이고 은밀한 성적 접근이라기보다는 즉흥적이고 경솔한 발언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의 관계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A씨가 부임한 지 불과 2주밖에 되지 않아 B씨와 개인적 친밀감이 없었고, 심지어 B씨가 기혼자라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부하 직원의 사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나온 단발성의 무례한 질문으로 해석했다.
특히 기혼자인 A씨가 공개된 자리에서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불륜 사실(여친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며 성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가벼운 농담이나 허세를 부린 것에 가깝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A씨의 발언이 부적절하고 경솔했던 것은 맞지만, 법적으로 징계 대상이 되는 성희롱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보아 소방청장의 견책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