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명 교체 본격화… 법이 정한 정당 이름의 한계와 기준은?
국민의힘, 당명 교체 본격화… 법이 정한 정당 이름의 한계와 기준은?
등록 거부 1순위는 '유사 명칭'

국민의힘 당명 개정 대국민 공모전 포스터 모습. /국민의힘 홈페이지
국민의힘이 당명 개정 절차에 공식 착수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2020년 9월, 쇄신의 의지를 담아 내걸었던 '국민의힘' 간판이 5년 5개월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자유, 공화 등 보수 가치를 담은 새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단순한 이름 교체 이상의 복잡한 법적 쟁점들이 도사리고 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용 문제부터, 국민 공모로 탄생할 새 이름의 주인은 과연 누가 될지까지, 당명 변경 뒤에 숨겨진 법적 뒷이야기를 파헤쳐봤다.
법이 정한 당명의 조건
새 당명 후보로 자유, 공화 등이 거론되면서 과거 정당들과의 유사성 논란이 일고 있다. 법적으로 당명에는 어떤 제한이 있을까.
정당법 제19조는 원칙적으로 당명 선정을 정당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무제한은 아니다. 이미 등록된 정당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 명칭은 사용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과거 '자유당'이나 '공화당'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자유민주당', '공화주의당' 처럼 식별 가능한 요소를 더한다면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공공의 질서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거나, 국가기관으로 오인될 수 있는 명칭 역시 등록이 거부될 수 있다.
내 아이디어인데 저작권은?… 공모전 당선작의 운명
국민의힘은 새 당명을 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당선작의 저작권과 상표권은 아이디어를 낸 국민에게 있을까, 아니면 정당에게 있을까.
원칙적으로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귀속된다. 하지만 통상적인 공모전 규정에는 "당선작의 모든 권리는 주최 측에 귀속된다"는 조항이 포함된다. 따라서 당선과 동시에 저작권은 국민의힘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상표권의 경우, 정당이 특허청에 상표 출원을 하고 등록을 마쳐야 비로소 발생한다. 만약 당선작이 기존 타인의 상표권이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라면 정당은 해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상표법 제92조는 타인의 저작권 등 선행 권리와 저촉되는 경우 권리자의 동의 없이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당명 선정 과정에서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법적 분쟁의 불씨를 미리 차단해야 할 것이다.
간판 바꾸는 데 수백억… 돈의 출처 따라가 보니

당명 변경은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게 아니다. 전국 시·도당 간판 교체, 홍보물 전량 폐기 및 재제작, 각종 행정 서류 변경 등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비용이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 거액의 비용은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으로 분류된다. 정치자금법 제36조에 따라 정당의 모든 수입과 지출은 회계책임자를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즉, 당명 변경 비용 역시 정당의 공식 회계 계좌를 통해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하며, 그 내역은 매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되어 공개된다.
문제는 재원이다. 당비나 후원금 외에도 국민 세금인 '국고보조금'이 당명 변경 비용으로 충당될 가능성이 높다. "쇄신 없는 간판 갈이에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변화의 움직임 없이 당명만 바꾸는 것이 어떤 결과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당명 변경은 단순한 리브랜딩을 넘어, 법적·재정적 책임이 뒤따르는 중대한 결정이다. 새 이름이 과연 국민의 마음을 얻고 쇄신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비용만 들이고 포대만 갈았다"는 혹평 속에 또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