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자가 "조사 싫다" 해서 지침 따랐는데…징계 받은 감사관, 법원이 구해줬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성희롱 피해자가 "조사 싫다" 해서 지침 따랐는데…징계 받은 감사관, 법원이 구해줬다

2025. 10. 13 16:4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법원, "피해자가 조사 원치 않았고, 주무부서도 아니었다"

감사관 견책처분 취소 판결

피해자 의사를 존중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감사관. 하지만 법원은 “직무 해태가 아니라 충실한 수행이었다”고 판결했다. /셔터스톡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규정상 주무 부서가 아니었음에도 가해자 인사 조치까지 요청했던 감사관에게 내려진 징계는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비극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엉뚱한 사람에게 물으려 했던 기관의 무리한 징계에 사법부가 제동을 건 것이다.


비극의 시작, 그리고 책임자 찾기

사건은 2021년 12월 30일, 한 우체국에서 발생했다. 우체국장이 소속 여직원을 성희롱했고, 피해자는 즉시 문제를 제기해 가해자의 공개 사과를 받아냈다. 이후 피해자는 휴가와 육아휴직에 들어갔고, "더 이상의 조사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당시 B지방우정청 감사관이었던 원고 A씨는 이 사건을 약 2주 뒤인 2022년 1월 13일, 다른 부서 직원을 통해 인지했다. 이미 내부적으로 종결된 사안이었지만, A씨는 이를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A씨는 세 차례에 걸쳐 지방우정청장에게 구두 보고를 했고, 주무 부서인 운영지원과와 인력계획과에도 내용을 공유했다. 심지어 2022년 6월에는 가해자에 대한 인사 조치를 정식으로 요청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비극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육아휴직 중이던 피해자가 2022년 11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상급기관인 우정사업본부는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그 칼날은 감사관이었던 A씨를 향했다. "성비위 사건을 인지하고도 즉시 상급기관에 보고하지 않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A씨는 견책 징계를 받았다.


법원의 판단 "감사관의 의무 없었고, 오히려 역할 다했다"

A씨는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A씨에게 내려진 견책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징계 사유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먼저 관련 규정을 꼼꼼히 살폈다. 우정사업본부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규정'에 따르면, 사건의 조사와 처리는 감사관실이 아닌 '운영지원과' 소속 고충상담창구가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감사관인 A씨에게 직접적인 조사 의무가 애초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조사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점을 결정적인 판단 근거로 삼았다. 관련 지침들이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피해자의 뜻에 반해 무리하게 조사를 강행하지 않은 것을 징계 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오히려 법원은 A씨가 감사관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A씨가 사건을 인지한 후 지방우정청장에게 수차례 보고하고, 최종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인사 조치를 요청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직무를 해태했다'는 징계 사유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실이었다.


결국 법원은 A씨가 상급기관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거나, 직접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등의 징계 사유는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