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영예, 봉준호 감독도 쓴 '표준 근로계약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영예, 봉준호 감독도 쓴 '표준 근로계약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한국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습니다.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이 결정된 건 아시아 최초입니다.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긋는 이 같은 영예의 주인공인 봉 감독은, 이 영화를 “표준 근로계약을 지켜서 만들었다”고 말해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근로 계약관계의 기본이 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이 왜 화제가 되는 걸까요?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 2005년 말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 출범하고 2007년 노조와 영화 제작사들이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업계에는 한때 영화산업 종사자들의 근로조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만연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2009년 실시된 근로환경 실태조사로 나타난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1년간 얻은 연간 수입이 ‘감독급 1,518만원, 팀장급 1,154만원, 퍼스트 928만원, 세컨드 615만원, 수습(막내) 274만원’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동안 영화산업의 노사정은 단체협약 체결과 표준 근로계약서 보급, 영화인 신문고 운영을 통해 조금씩 근로조건 향상을 이룩해 왔습니다. 그래도 소위 ‘열정 페이’라는 스태프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 4대보험 미체결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표준 근로계약서 체결은 근로조건 개선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표준 근로계약서에는 임금액과 지급방법, 근로시간과 4대 보험, 시간외 수당 등에 대해 노사가 약정한 사항이 담겨 있는데요.
2011년 5월 영화진흥위원회 권고안으로 처음 발표된 뒤, 2013년부터 영화산업 노사 합의에 따라 처음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 투자사와 제작사, 노조가 참여한 ‘노사정이행협약’을 통해 사회적 합의로서 이 표준 근로계약서를 영화계 전체에 적용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는데요.
사회적 합의에는 강행적 효력이 없어, 결국은 자발적 준수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 때문에 “표준 근로계약을 지키며 만들었다”는 봉준호 감독의 발언은 의미가 깊은 것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의 김혜준 센터장은 “영진위가 노사정의 한 축으로서 영화산업 전체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봉준호 감독 수상의 기회에 이처럼 표준 근로계약 보급 노력이 함께 알려지게 된 것은 예상 밖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현재 영화산업 현장의 80% 정도에서 표준 근로계약서를 쓰고 있는데, 여전히 저예산 독립 영화들은 지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영화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서도 독립 영화제작 현장에서까지 근로조건이 나아질 수 있도록 (영진위가) 촉진제 역할을 잘 할 생각”이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