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 뜯자 곰팡이가 우수수…수리 요구했더니 계약 파기하겠다는 매도인, 이 계약 어쩌나?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벽지 뜯자 곰팡이가 우수수…수리 요구했더니 계약 파기하겠다는 매도인, 이 계약 어쩌나?

2026. 09. 06 13:4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잔금 앞두고 발견한 하자

구두로 잔금일 미뤘는데, "계약 위반"이라며 파기 통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아파트 매매계약 잔금 지급을 앞두고 있다. 기존 세입자가 이사한 뒤 내부 점검차 벽지를 뜯어봤다가 깜짝 놀랐다. 벽지 안쪽이 온통 시커먼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매도인에게 곰팡이 처리 비용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중대한 하자가 아니니 알아서 하라”는 답변과 계약 파기 통보였다. 잔금일을 구두로 미뤄준 것을 빌미로 A씨가 계약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A씨는 꼼짝없이 계약을 파기당하고 곰팡이 피해까지 모두 떠안아야 하는 걸까?


숨은 곰팡이, 매도인 책임 없나


벽지 뒤에 숨어있던 심각한 곰팡이는 매도인이 책임져야 할 하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민법은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때 매도인이 지는 담보책임을 규정한다.


법무법인 쉴드 박수범 변호사는 “결로로 인한 곰팡이가 벽지 안쪽에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정도로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면 이는 통상적인 사용에 지장을 주는 하자로 평가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처럼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어 계약 당시 내부를 꼼꼼히 살피기 어려웠던 사정은 매수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법적으로 매수인이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했을 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 이 경우엔 A씨 과실이 없다고 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는 “세입자가 거주 중이어서 내부 확인이 불가능했던 사정도 매수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매도인이 알고도 고지하지 않은 숨은 하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처럼 숨겨진 하자에 대해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현송 조현재 변호사는 “매수인이 잔금 전 하자를 알기 어려웠던 사정이 인정되면 수리비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하자를 안 날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잔금일 어겼으니 계약 파기…곰팡이 따지자 돌변한 매도인


그렇다면 잔금일을 늦췄다는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매도인의 주장은 타당할까. 변호사들은 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봤다.


A씨는 기존 잔금일에 매도인과 구두로 합의해 잔금일을 미뤘다. 심지어 기존 잔금일에는 합의의 표시로 중도금을 미리 보냈다. 매도인도 이 돈을 받았다.


법무법인 심 심규덕 변호사는 “구두 합의로 잔금일을 연기하고 중도금 형식으로 지급한 것을 매도인이 수령했다면 연기 합의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매수인의 계약위반이라는 주장은 부당하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매도인의 이런 주장이 곰팡이 하자 책임을 피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수범 변호사는 “매도인이 잔금일 연기를 사후적으로 계약위반이라 주장하며 계약 파기를 시도하는 것은, 곰팡이 하자를 이유로 한 정당한 이의제기에 대응하기 위한 구실로 보일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잔금일은 코앞…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변호사들은 잔금일이 임박한 만큼 서둘러 증거를 확보하고, 매도인에게 명확한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곰팡이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상세히 기록하고, 전문업체를 통해 원인에 대한 소견서와 수리 견적서를 받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하자보수 비용을 산정하는 객관적인 근거가 된다.


동시에 잔금일 연기가 쌍방 합의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법무법인 장헌 변성훈 변호사는 “구두합의이므로 문자, 통화내역, 송금 당시 설명 등 변경합의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증거를 바탕으로 매도인에게 법적 입장을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조현재 변호사는 “합의한 대로 미룬 날에 잔금을 치를 것이며, 기존 잔금일에 보낸 금액은 그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 증거를 남겨두라”고 조언했다.


곰팡이 보상 없이는 잔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함께 전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기사, 어떻게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