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억' 어린이집 원장 믿고 결혼했는데…알고 보니 '월급 460만원' 직원이었다
'연봉 3억' 어린이집 원장 믿고 결혼했는데…알고 보니 '월급 460만원' 직원이었다
결혼정보업체는 "책임 없다" 판결
"물려받을 것" 한마디에 면죄부

“연 수입 3억 어린이집 원장”이라던 남편, 알고 보니 자격증도 없는 행정직이었다. /셔터스톡
"연 수입 3억 어린이집 원장." 부산에 사는 37세 이모 씨는 대형 결혼정보업체가 건넨 프로필 하나를 믿고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했다. 270만 원의 가입비를 내고 소개받은 남성 A씨와는 만난 지 4개월 만인 2022년 6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하지만 달콤한 신혼의 꿈은 한 달 만에 산산조각 났다.
결혼 한 달 만에 드러난 거짓말…원장은커녕 자격증도 없었다
결혼 한 달 만에 시작된 갈등은 이혼 소송으로 번졌고, 그 과정에서 이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했다. 남편 A씨는 어린이집 원장이 아닌, 연 소득 5600만 원의 행정관리 직원이었다.
어린이집은 A씨 부모님 소유였고, A씨는 마치 자신이 원장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업체에 제출했던 것이다.
이씨는 "어린이집 원장이 되려면 국가자격증이 필요한데, A씨는 자격증조차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업체가 가장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게을리했다는 생각에, 그는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법원은 모두 이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법원은 왜 업체의 손을 들어줬나…'미래의 원장' 가능성
법원은 A씨의 직책과 소득이 프로필과 다르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럼에도 업체의 책임을 묻지 않은 핵심 근거는 A씨 부모가 업체에 "어린이집을 물려줄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이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업체가 제공한 정보가 완전히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아니지만 '미래의 원장', '미래의 고소득자'가 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결혼정보업체들은 "수사기관이 아니기에 회원 정보를 완벽하게 검증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특히 사업자의 소득은 객관적 확인이 어려워 '교제 과정에서 직접 확인하라'고 안내한 뒤 서명을 받는 방식으로 책임을 피해 가는 경우가 많다.
결혼중개업법은 업체가 거짓 정보를 제공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입혔다면 배상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명백하게 객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한 정보가 아닐 경우, 법적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씨의 사례처럼 결혼정보업체의 부실한 신원 검증으로 인한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300만 원대 회원비를 낸 20대 여성 B씨는 소개받은 남성이 벌금형 범죄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결혼중개업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