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달라" 부탁받고 살인하면 이 죄…촉탁살인이란?
"죽여달라" 부탁받고 살인하면 이 죄…촉탁살인이란?
촉탁살인이라도 위계·위력 사용하면 일반 살인죄와 동일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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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여달라" 이런 부탁을 받고 실제로 상대방을 죽이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이는 법적으로 '촉탁살인'에 해당하며, 일반적인 살인죄보다는 형량이 감경된다.
촉탁살인이란 사람의 촉탁을 받아 그를 살해하는 범죄로,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명시적이고 진지한 살해 요청에 응하여 살인을 실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형법 제252조 제1항에 따라 사람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그를 살해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일반 살인죄의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이는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근거한 생명 포기라는 점에서 불법이 감경되기 때문이다.
촉탁살인의 성립 요건과 유형
촉탁살인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명시적이고 진지한 촉탁이나 승낙이 있어야 한다. 또한 촉탁이나 승낙은 실행행위 이전에 존재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4년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내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면 나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피해자가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든 후 베개로 얼굴을 눌러 살해한 사건에서 촉탁살인죄를 인정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0. 10. 선고 2014고합997 판결).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2020년 피해자가 "그러면 죽여달라"고 말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한 말로 보일 뿐, 진지하고 명시적인 살인의 촉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반 살인죄를 적용했다(서울고등법원 2020노476 판결).
법원은 죽음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유로이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진지하게 자신을 살해해달라고 요구하는 의사표시를 명시적으로 했을 때만 살인의 촉탁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은 일반 살인죄와 동일하게 처벌
같은 촉탁살인이라도 속임수나 강압을 사용했다면 처벌이 훨씬 무거워진다. 이를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이라고 하는데, 형법 제253조에 따르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촉탁 또는 승낙하게 하거나 자살을 결의하게 한 때에는 일반 살인죄와 동일하게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위계란 기망이나 속임수를 의미하고, 위력은 유형적·무형적 힘을 뜻한다.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의 대표적인 예가 '합의동사(함께 자살하기로 약속)'를 가장하는 경우다. "함께 죽자"고 제안하고 상대방이 자살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거나, 상대방만 죽게 만드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은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침해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촉탁살인과 달리 불법이 감경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 살인죄와 동일하게 처벌받는다.
대전지방법원은 2012년 피해자와 피고인이 자살하기로 마음먹고 함께 여행을 떠난 사건에서, 피해자가 목을 맨 압박붕대를 피고인이 칼로 끊고 오히려 피해자의 목 부위를 칼로 찔러 사망하게 한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자신을 살해해달라는 진지하고 명시적인 촉탁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일반 살인죄로 판단한 바 있다(대전지방법원 2012. 11. 13. 선고 2012고합380 판결).
자살 교사·방조도 촉탁살인과 동일하게 처벌
자살교사죄와 자살방조죄는 사람을 교사하거나 방조하여 자살하게 하는 경우로, 형법 제252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다. 이는 촉탁살인죄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된다.
자살교사는 다른 사람에게 자살할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자살방조는 이미 자살 의사를 가진 사람이 자살을 실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촉탁살인과 자살교사·방조의 차이는 누가 직접 실행하느냐다. 촉탁살인은 행위자가 직접 피해자를 살해하는 반면, 자살교사·방조는 피해자가 스스로 자살하도록 부추기거나 도와주는 것이다.
생명 존중이 기본 원칙
법원이 촉탁살인에 대해 일반 살인보다 형을 감경하는 이유는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생명을 가볍게 여긴다는 뜻은 아니다.
법원은 촉탁의 진지성과 명시성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여러 판례를 통해 일시적 감정이나 충동적 발언으로는 촉탁살인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한 바 있다. 또한 속임수나 강압이 개입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으로 일반 살인죄와 동일하게 처벌한다.
아무리 상대방이 부탁했다고 해도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법적으로 엄중하게 다뤄진다는 것이 법원의 기본 원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