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유독 예측이 어려운 대법원의 '직권남용죄' 판단과 새로운 해석
[학술] 유독 예측이 어려운 대법원의 '직권남용죄' 판단과 새로운 해석
'직무권한 범위 내' 불확실과 모호함의 응집체
일상적인 의미와 동떨어져⋯새로운 해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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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돈 교수는 직권남용죄 판단에 대한 새로운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 / 이미지 제작 : 박남규 기자
국민이 부여한 공권력을 국가가 올바로 행사하지 못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일련의 사건들을 두고 우리는 ‘국정농단’, ‘사법농단’이라 이름 붙였다.
연평균 5~6천 건에 불과하던 직권남용죄 고소·고발 건수는 2017년 들어 9,741건으로 급증, 지난해에만 1만4,345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농단’ 사건들로 인해 한층 높아진 우리 사회의 민주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안에서 직권남용죄 해당 여부는 법원 판단이 확정적으로 나오기 전까진 그 결과를 예측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법 전문가들의 견해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성돈 교수는 “그간 대법원이 주도적으로 정립해 온 직권남용죄의 해석 태도가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법조협회가 지난 6월 발간한 ‘법조’ 제68권 제3호에 ‘직권남용죄, 남용의 의미와 범위’라는 논문을 게재하고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었다.
“직권남용죄의 해석이 법적 안정성을 최대화하려면 최소한의 한계인 권한 범위를 구체적 직무권한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경우를 준월권적 남용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 해석을 위한 하나의 공식을 두고 있다.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직권남용죄라고 판단한다.
전반부는 남용의 대상인 ‘직권’에 대한 해석이고 후반부는 ‘남용’이라는 행위의 의미에 대한 해석이다. 대법원의 해석은 이 두 축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전반부의 ‘직권’에 해당하는지를 판가름할 때 중요하게 살피는 것이 ‘일반적 직무권한’의 범위다.
대법원이 말하는 일반적 직무권한은 ‘반드시 법률상 강제력을 수반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며, 그것이 남용될 경우 직권행사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기에 충분’하면 해당된다.
또한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지만, 명문이 없는 경우라도 법·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관찰해서 그것이 그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하면 해당된다’고 보기도 한다.
‘남용’의 의미에 대하여는 ‘직무권한 범위 내에 속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당하지 못한 행위’, 또는 ‘직권행사에 가탁하여(=직권행사라는 핑계로) 행하는 실질적인 위법·부당한 행위’라고 해석한다. 대법원은 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 범위 밖의 행위라면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돈 교수는 위와 같은 대법원의 해석 기준이 “형법적 불법판단을 이중적 불확실성의 세계로 인도하고, 그 법적 불안정성을 증폭시킨다”고 혹평했다.

미리 확정되어 있어야 할 직무권한의 범위가 불확정적인 동시에 가변적이라는 점은, 직권남용 여부 판단의 예측 가능성을 저하시키는 일차적인 요인이라는 평가다.
남용개념의 추상성을 극복하기 위해 대법원이 실질적인 기준을 제공하여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질적 기준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불법을 배제하는 기준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직권남용죄의 불법표지인 구성요건적 행위의 반가치성을 평가할 때 쓴다는 것이다.
형법적 불법판단은 형식적 기준에 따른 판단을 원칙으로 하고 실질적 기준에 따른 판단을 예외로 한다. 대법원의 태도는 이러한 원칙에도 어긋나고, 금지규범의 형식적 측면을 강조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도 충실하지 못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대법원이 활용하는 실질적 기준은 객관적 목적과 주관적 목적의 구별에도 충실하지 못하다”고도 덧붙였다.
구체적인 직무행위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내심의 목적의 부당성을 가지고 직권남용 여부를 판단하는데, 그러한 내부적 동기나 목적은 양형단계에서 판단할 일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의 해석 태도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일상적인 ‘남용’의 의미와 불일치한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권한 없이 남용 없다’는 도그마를 고수, 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 범위 내에 속한 행위가 아니면 직권‘남용’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직무권한 범위 밖의 권한 행사인 ‘월권행위’나,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권한범위 밖의 불법행위’를 한 경우는 ‘직권남용죄’에서 아예 배제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의미의 ‘남용’은, 대개 직무권한 밖의 행위를 하면서도 마치 그러한 직무수행 권한이 있는 것처럼 외관을 형성한 때를 포함해서 말한다.
김 교수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행사할 수 있는 직무권한의 범위가 정확히 어디까지인지는 그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모를 수 있고, 그의 직무명령에 복종하는 하급자의 경우는 더욱 모를 수 있다”면서 “직권남용죄가 제대로 기능하게 하려면 이처럼 ‘직무권한 범위 내’라는 협애한 영역에서만 직권남용죄가 다뤄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대법원 해석의 한계를 극복하고 남용 구성요건 적용상의 법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해석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법 제123조 일반 직권남용죄는 재량적 남용뿐 아니라 준월권적 남용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의 주장에 따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해당 공무원이 행사한 직무권한이 구체적 직무권한 범위 내에 속해 있는 경우라면 재량권 남용만 문제 삼아야 한다. 이때 남용 여부 판단 기준은 구체적인 직무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객관적 기준을 통해 잠정적으로 불법판단을 내려야 한다.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구체적 직무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 그것이 추상적 직무권한의 범위 내에 있다면 그것은 준월권적 남용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를 ‘준월권적 남용1’이라고 한다면, 추상적 직무권한의 범위를 벗어났지만 권한의 남용과 같은 외관을 형성한 경우는 ‘준월권적 남용2’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경우 모두 형식적·객관적 판단만으로 구성요건적 직권남용 해당 여부를 잠정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종국적인 불법판단은 다섯 가지 실질적 기준(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사회적 상당성, 필요성, 균형성, 보충성)에 따라 예외적으로 정당행위가 되는지를 판단한 끝에 내려져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직권남용죄 성립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대 분위기에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동조를 얻는 것은 이 같은 대법원 해석의 모호함에 근거한다”는 시각을 보이며 “직권남용죄 판단을 위한 표지들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어야 형식논리의 힘이 적용상 구속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