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가짜 석사' 학력 담아 책 낸 전직 장관…법원이 무죄 선고한 결정적 이유 3가지
[무죄] '가짜 석사' 학력 담아 책 낸 전직 장관…법원이 무죄 선고한 결정적 이유 3가지
출판기념회 열고 책 900권 팔았지만
재판부 "허위사실 고의로 공표했다고 단정 못 해"
다른 서류엔 모두 사실 기재, 실수로 볼 여지 커
![[무죄] '가짜 석사' 학력 담아 책 낸 전직 장관…법원이 무죄 선고한 결정적 이유 3가지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61627748183818.jpg?q=80&s=832x832)
자신의 책에 허위 학력을 기재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전 장관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자신의 책에 허위 학력을 기재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전 장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A 전 장관이 허위 학력이 담긴 책을 최소 5번이나 검수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은 점은 의심스럽다고 봤다. 하지만 검찰이 A 전 장관의 '고의성'을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하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는 지난 7월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전 장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5번 기회 놓치고, 4개월간 판매…몰랐을 리 없다"
사건의 발단은 A 전 장관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2023년 9월 출간한 대담집이었다. 책 표지 앞날개에 있는 저자 약력에 'K대학교 행정대학원(행정학/석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문제가 됐다. A 전 장관은 해당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사실이 없었다.
검찰은 A 전 장관이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봤다. 그 근거는 명확해 보였다.
A 전 장관은 프리랜서 작가와 '인쇄물 제작 계약'을 맺으며 내용 검수의 최종 책임을 본인이 지기로 했다. 작가는 포털사이트에 나온 프로필을 참고해 학력을 기재했고, 이후 책 표지 시안을 카카오톡으로 네 차례, 인쇄물 형태로 한 차례 등 총 다섯 번에 걸쳐 A 전 장관에게 보내 검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A 전 장관의 초·중학교 학력이 추가되고 작가의 학력이 일부 수정되기도 했지만, 정작 A 전 장관의 허위 석사 학력은 그대로 남았다.
A 전 장관은 이 책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어 800여 명에게 책을 판매하고, 이후 4개월간 자신의 사무실 등에서 100여 권을 더 팔았다. 검찰은 이 모든 과정에서 A 전 장관이 허위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 "고의라는 증거 부족…의심만으론 처벌 못 해"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 전 장관에게 유죄의 의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유죄 판결의 핵심인 '미필적 고의', 즉 '허위 사실일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지'라고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결정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른 모든 공식 자료에는 허위 학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A 전 장관은 소속 정당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서류, 자신의 명함, 출판기념회 초대장 등 책 표지 앞날개를 제외한 그 어떤 곳에도 'K대 행정대학원 석사' 학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문제가 된 책의 뒷날개와 본문에는 오히려 자신의 '비 K대' 출신 배경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둘째, 얻을 이익보다 잃을 위험이 너무 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K대 행정대학원 석사' 학력을 기재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분명하지 않은 반면, 적발될 경우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고 당선 무효까지 될 수 있는 불이익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 학력을 의도적으로 기재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셋째, 검수 과정이 허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판부는 A 전 장관이 카카오톡으로 받은 파일 중 일부를 다운로드하지 않았거나, 화면이 작은 휴대전화로 확인하며 글자까지 꼼꼼히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작가가 시안을 보낸 목적이 내용 교열이 아닌 사진과 글자 배치 등 구도 확인에 있었던 만큼, A 전 장관이 내용까지 확인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