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희귀병 남편 유기치사, 어쩔 수 없는 선택?
[판결] 희귀병 남편 유기치사, 어쩔 수 없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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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에 숨은 법까지 알기 쉽게 전달합니다. 로톡뉴스가 취재하고 전하는 실생활의 법, 꼭 필요한 법조 이슈.
남편이 희귀병인 모야모야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도 결혼한 뒤 10년 가까운 세월을 지극정성으로 병수발 해온 아내가 유기치사 죄를 선고받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A(46·여)씨는 지난 2004년부터 B(50·남)씨와 사실혼 관계로 지내다가 2008년 결혼했습니다. B씨는 2006년경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은 후, 2009년 뇌경색 수술을 하고, 2010년 뇌출혈로 전신이 마비됩니다.
그런 B씨는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2016년부터는 집으로 와 요양보조사의 도움 속에 요양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이유 없이 뇌 속 특정 혈관이 막히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 질환입니다.
그러던 지난해 7월, A씨는 집에 누워 있는 B씨의 복부에 음식물 섭취를 위해 삽입해 놓은 튜브(위루관)가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 때 A씨는 마음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요. 오랜 병간호에 지쳐있기도 했고, 또 B씨가 튜브 삽입 수술을 받는 것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울 것으로 생각한 A씨는 “B씨를 그대로 보내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A씨는 그래서 B씨를 병원으로 옮겨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5일 뒤 B씨는 탈수로 사망했습니다. A씨는 ‘질병이나 기타 사정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내버려 두어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유기치사죄라는 죄목으로 법의 심판대 위에 서게 됩니다.
법원은 “A씨가 B씨의 생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B씨를 유기해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A씨의 행위는 사회의 건전한 윤리감정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없다”는 A씨와 변호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씨가 오랫동안 사지 마비 상태에 있는 B씨를 열심히 간호하였고, 그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B씨를 병원으로 호송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B씨를 보살폈다는 정상이 참작되었습니다. 또 B씨의 동생이 그동안 B씨를 정성껏 간호해준 A씨를 고마워했고, B씨의 이모 등 다른 유족들도 A씨의 처벌을 원치 않은 점 등도 판결에서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됐습니다.
이 사건은 A씨의 희망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거쳤는데, 배심원 9명중 8명이 양형에 대해 ‘징역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의견을 냈습니다. 법원도 같은 판결을 하였습니다. A씨가 아무런 희망도 없이 전신마비 남편을 장기간 보살피면서 겪었을 고통에 대한 안타까움과 공정한 법집행 사이에서 고민하다 나온 타협점인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