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수십 명 앞에서 소리 지르며 사과 강요…명예훼손 고소 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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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수십 명 앞에서 소리 지르며 사과 강요…명예훼손 고소 가능한가요?

2026. 07. 03 11:3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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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은 "글쎄"

녹취록 속 '이것'에 달렸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십 명이 지켜보는 기차역 창구 앞에서 고객의 고성과 사과 요구에 시달린 직원의 사연이 전해졌다.


직원은 모멸감과 함께 자신의 사회적 평판이 훼손되었다며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명예훼손죄 적용은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녹취록에 담긴 고객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에 따라 모욕죄나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십 명 앞에서 벌어진 고성... "사과하라"는 강요


기차역 창구에서 근무하는 A씨의 평범한 하루는 한 고객의 등장으로 엉망이 됐다. 정기권 이용 정책 변경에 불만을 품은 고객이 창구를 찾아온 것이다.


A씨는 1개월 전부터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고지된 사안임을 설명하고 해결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고객은 막무가내였다. 모든 제안을 거부한 고객은 돌연 "미안하다고 사과도 안 하냐"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수십 명의 다른 고객들이 있었고, A씨는 고성에 놀라 일단 사과했다. 하지만 고객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A씨가 "무서우니 화내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뒤에야 잠시 멈췄지만, 이내 또 다른 방안을 요구하며 A씨를 압박했다.


A씨가 현장에서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안내하자, 고객은 고객센터에 A씨 실명을 거론하며 "사과하라"는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모든 상황은 A씨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수십 명 앞에서 강제로 사과를 요구당하고, 회사 내 이미지까지 실추됐다"며 명예훼손 고소 가능성을 문의했다.


명예훼손은 어렵다? 변호사들 "사실 적시가 없다"


A씨의 억울함에도 불구하고, 법률 전문가 대부분은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을 언급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테오의 김영하 변호사는 "고성, 강제 사과 요구, 억지 요구는 사실 적시가 없는 행위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SHIELD의 장기훈 변호사 역시 "단순한 사과 요구나 불만 표출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도 "A씨를 특정해 직무태만 등 비방적 사실을 공공연히 단정·전파했다면 성립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여, 발언의 구체적 내용을 따져봐야 함을 시사했다.


'모욕'과 '업무방해'라는 다른 길


변호사들은 명예훼손 대신 '모욕죄'나 '업무방해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한강의 이주한 변호사는 "현재 사안은 명예훼손보다는 모욕 또는 업무방해 문제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모욕죄는 구체적 사실 적시 없이도, 여러 사람 앞에서 경멸적인 표현으로 상대방의 인격을 침해하면 성립한다.


묘수 법률사무소의 안형서 변호사는 "다수의 고객이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고성으로 모욕적 언사가 있었다면 공연성과 특정성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A씨가 확보한 녹취록에 고객의 욕설이나 비하 발언이 담겨있다면 모욕죄 고소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한,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실제 영업을 방해할 정도였다면 업무방해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고객의 소란으로 다른 고객 응대 등 정상적인 창구 업무가 마비되었다면 업무방해죄 성립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회사도 '직원 보호' 의무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직원 개인의 법적 대응을 넘어, 회사의 직원 보호 의무와도 직결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는 사업주에게 고객 폭언 등으로부터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한강의 이주한 변호사는 "회사 내부적으로도 민원 대응 과정에서 직원 보호 절차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며 "개인 차원의 감정 대응보다 회사 보고와 공식 기록화를 먼저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과 업무상 피해에 대해 회사가 법적 조치를 지원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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