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페스 알고도 숨겼다"…전 연인에 위자료 3천만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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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페스 알고도 숨겼다"…전 연인에 위자료 3천만원 판결

2025. 12. 09 17:07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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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숨긴 헤르페스 2형

법원 "미필적 고의 인정, 3천만 원 지급하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랑하는 연인 사이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평생 안고 가야 할 질병만이 남았다. 자신의 성병 감염 사실을 숨긴 채 연인과 관계를 맺어 병을 옮긴 남성에게 법원이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단순히 도의적인 비난을 넘어, 법원은 이를 명백한 '상해 행위'로 규정하고 고액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광주지방법원(2023가단793)은 최근 원고 A씨가 전 연인인 피고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연인 간 성병 전파 행위에 대해 법원이 피해자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달콤했던 연애의 시작,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한 비밀'

사건의 발단은 202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는 비뇨의학과를 방문해 성기에 발생한 수포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다. 당시 의사는 B씨에게 "헤르페스 제2형 바이러스 증상으로 의심된다"고 고지하며 치료 약과 연고를 처방했다. 본인이 전파 가능성이 있는 성병 보균자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게 된 시점이다.


그러나 B씨는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그는 진단 후 한 달여가 지난 2021년 9월, A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깊어졌고, 9월 말부터는 주기적으로 성관계를 가졌다. B씨는 자신이 성병을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연인인 A씨에게 어떠한 고지도 하지 않은 채 관계를 지속했다.


비극은 2021년 12월 19일 마지막 성관계 직후 터져 나왔다. A씨는 극심한 배뇨통과 골반 통증을 느끼며 응급실을 찾았다. 급성방광염 진단을 받고 치료를 했지만, 통증은 다리로까지 번지며 더욱 심해졌다. 결국 비뇨의학과 정밀 검사 결과, A씨는 '헤르페스 제2형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평생 재발 공포 속에 살아야"... 무너진 일상과 뒤늦은 진실

A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A씨는 B씨와 교제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해당 바이러스 진단을 받거나 치료한 적이 없었다. 의료진은 A씨의 증상을 '헤르페스 감염으로 인한 방광염'으로 진단했다. 건강했던 A씨의 몸에 B씨가 가지고 있던 바이러스가 침투했음이 명백해진 순간이었다.


헤르페스 2형 바이러스는 한 번 감염되면 완치가 불가능하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어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A씨는 극심한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완치되지 않는 질병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정신적 충격에 빠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형사 재판부 역시 B씨의 혐의를 인정했다. B씨는 상해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 200만 원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이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었다. 형사 판결문에는 "피고인은 자신이 헤르페스 보균자로 성병을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져 상해를 가했다"는 점이 분명히 명시되었다.


법원의 단호한 심판 "치유 불가능한 고통, 3천만 원 배상하라"

민사 재판부인 광주지방법원 역시 B씨의 불법행위 책임을 엄격하게 물었다. 재판부는 B씨가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방어 조치 없이 성관계를 가진 점을 지적하며,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해 언제든 재발이 가능하고 완치 불가능한 질병을 갖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재발 위험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등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이 경험칙상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법원은 위자료 산정 과정에서 B씨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B씨가 지금까지 원고에게 제대로 된 사과와 용서를 구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사정과 더불어 불법행위의 경위, 고의성, 두 사람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3,000만 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통상적인 위자료 인정 액수보다 상향된 금액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깊이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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