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250여명, 수사기록 22만쪽⋯모든 기록 갈아치울 '이재용 불법 승계' 의혹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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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250여명, 수사기록 22만쪽⋯모든 기록 갈아치울 '이재용 불법 승계' 의혹 재판

2021. 03. 12 18:19 작성2021. 03. 12 19:28 수정
김재희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zay@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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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 참석한 방청객 만큼 온 초호화 변호인단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뭐가 문제냐" 모두 부인

공소 사실부터 재판 일정까지 사사건건 '신경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승계 정통성'을 판가름할 재판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승계 정통성'을 판가름할 재판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검찰은 "증인 250명을 불러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포문을 열었고,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뭐가 문제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검찰의 모든 주장을 반박했다.


양측이 모든 사안에 대해 평행선을 그리면서, 이번 재판은 여러 의미에서 '세기의 재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 역사상 가장 복잡한 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이다. 138명의 증인을 부르느라 100번의 재판이 열렸고, 1심 선고까지 317일이 걸렸다. 이런 추세가 이번 재판에도 적용된다면 재판이 마무리되는 데에는 2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11일 검찰과 변호인단 양측은 증거, 증인, 공판기일 등 재판에 앞서 조율해야 할 모든 사항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공판에서 벌어질 치열한 수 싸움을 엿볼 수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도 "장기간 재판하기 때문에 오늘 다 볼 필요는 없다"면서 지나치게 과열되는 것을 막았다.


방청객만큼 꽉 찬 변호인단⋯이재용 부회장 변호인 11명 중 9명이 판사 출신

재판은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앞선 공판준비기일은 지난해 10월 22일 열렸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후 과정이 연기돼왔다. 140일 만에 열린 두 번째 재판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으로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정이나 쟁점 등을 정리하기 위해 열린다.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은 출석할 의무가 없어 이 부회장을 포함한 임원 등의 피고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 측 변호인들은 대거 출석해, 빽빽하게 자리를 채웠다. 너무 많은 변호사가 출석해 417호 대법정에 마련된 16석의 변호인석이 모자랄 정도였다. 보조석과 방청객석에 앉은 이들도 일부 있었다. 이날 입장한 방청객 수와 맞먹었다.


면면도 화려했다. 김앤장·태평양·화우·세종 등 한국 최고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들로 구성됐다. 이 부회장을 담당한 변호인만 11명으로 알려졌다. 그중 안정호·김유진·하상혁·김현보 변호사 등 9명은 판사 출신이다.


검찰 "승계 과정 모두 문제" vs. 변호인단 "모두 문제없다"

자리를 가득 채운 변호인단은 검찰의 주장에 맞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강한 어조로 변론을 펼쳤다. 검찰이 제시한 거의 모든 주장을 부정하거나 반박했다.


재판은 검찰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됐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그룹계열사 임원들은 그룹 내 역량을 동원해 이 부회장의 승계를 도왔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삼성 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 회계조작은 모두 이를 위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이었다.


검찰 측은 이런 점을 입증하기 위해 22만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제시했다. PT를 이용한 검찰의 모두 발언은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변호인단은 4시간을 할애해 검찰이 제기한 모든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핵심 변론은 두 가지였다. ▲검찰 공소사실이 포괄적이며 불분명하다는 점과 ▲공소사실에서 언급한 내용은 합리적인 판단에 따른 경영활동이라는 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단은 언론 기사와 공시자료 등을 활용했다.


그러자 검찰 측이 즉각 반발했다. 검찰은 "(근거로 제시된 언론 기사 등은) 엄격한 증명 없이 작성된 것"이라며 "기사나 의회록 등의 자료를 제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이 의견을 말하는 자리"라며 변호인단 택한 방식에는 아무 문제가 없음을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재판부가 나서서 중재했다. 변호인단은 발표자료에 인용한 언론기사나 회의록, 보고서를 검찰 측에 제출하기로 했다.


변호인단 '증거 부동의' vs. 검찰 '증인 대거 신청'

양측은 발언을 마친 뒤에도 증인, 증거 채택, 공판 날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두고도 한 치의 물러서지 않고 공방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법정에 나와야 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 상당수를 변호인단이 동의하지 않자, 검찰이 "그렇다면 법정에 불러 이야기를 듣겠다"고 응수했기 때문이다. 검찰 측은 "증언이 필요한 증인의 숫자는 250명"이라고 밝혔다.


증인의 숫자가 늘어난 건 변호인단이 증거에 부동의한 것도 있지만, 사건 자체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했다.


검찰 측 입증 계획상 '승계 계획이 누구의 의사결정으로 지금처럼 실행됐는지'를 입증하는지가 핵심인데, 이를 위해선 이 과정에 연루된 사람들의 증언이 필수적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메일 또는 문건을 작성하거나 받은 사람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검찰 "주 2회씩 재판하자" vs. 변호인단 "2주에 한 번씩 하자"

양측은 재판 일정에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는 데는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검찰은 '증인 250명'을 언급하면서 주 2회로 재판을 진행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변호인은 ▵검토해야 할 수사 기록이 방대하고 ▵코로나19로 접견이 제한돼 피고인들과 소통이 쉽지 않으며 ▵주 2회로 재판을 하면 변론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재판 일정을 2주에 한 번으로 해줄 것을 제안했다.


공판 일정을 정하는 일을 두고 재판부는 "양측이 장시간 협의했다"며 이미 몇 차례 공방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주 2회를 하면 많은 사안을 다룰 수 있지만, 본 대법정은 다른 판사들도 쓴다"며 주 2회 재판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검찰 측에 이해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초반엔 사건 배경지식에 필요한 증인을 신청해 변호인의 업무부담을 줄여주고, 주요 증인은 휴정기 지나서 신청한다든지 해서 신문 준비에 지장 없도록 하자"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5월까지 2주에 한 번, 6월부터는 매주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가 결정한 대로 재판이 흘러간다고 한다면 재판은 내년에도 끝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 공판은 3월 25일 같은 장소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이날은 증인 신문 없이 진행하며, 오전에 검사 측에서 보충 진술을 하고 오후에 피고인 측에서 준비한 답변을 듣는다.


한편, 이번 재판이 열리는 417호 대법정은 이른바 '정・재계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섰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씨와 함께 앉았던 경험이 있다. 이 부회장 아버지인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거쳐 갔다.


이 부회장은 2017년 8월 '국정농단 뇌물공여' 사건으로 이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과연 이곳에서 '또 하나의 역사'가 만들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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