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쟤 엄마가 빌어서…" 뒷담화 한 농구 유망주, 졸업으로 학폭 책임 피했다
[단독] "쟤 엄마가 빌어서…" 뒷담화 한 농구 유망주, 졸업으로 학폭 책임 피했다
농구부 동료에 "쟤도 학폭 가해자였다" 소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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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농구부에서 나온 뒷담화가 학폭으로 인정됐지만, 졸업과 함께 처분 효력은 사라졌다. /셔터스톡
전지훈련 숙소에서 시작된 뒷담화 한마디는 학교폭력 낙인이 되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하지만 1년이 넘는 치열한 공방의 끝은 허무했다. 법원은 "이미 졸업했으니, 더는 다툴 이익이 없다"며 사건의 문을 닫아버렸다. 말로 새겨진 상처는 남았지만, 책임은 시간과 함께 증발했다.
"쟤 엄마가 빌어서 학폭 빠졌대"…한마디 말이 부른 나비효과
2023년 1월, C고등학교 농구부의 전지훈련 숙소. 3학년이던 A군은 후배들에게 동료 선수 B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작년 학교폭력 사건에 B도 들어가 있었는데, 걔네 어머니가 전화해서 빼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말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B군은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잘못된 소문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결국 이 사안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회부됐다.
학폭위는 A군의 발언을 명백한 학교폭력으로 인정했다. 다만, 처분은 가장 가벼운 '조치 없음'으로 의결했다.
하지만 피해학생 B군은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B군은 행정심판을 청구하며 A군에 대한 전학 처분을 요구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B군의 손을 들어줬다.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았음에도 '조치 없음'으로 처분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며, A군의 처분을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로 한 단계 높였다.
상황이 역전되자 이번엔 A군이 불복했다. 그는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마디의 뒷담화가 불러온 싸움은 그렇게 법정으로 옮겨졌다.
법원의 시간은 흐르고, 학생들은 졸업했다
하지만 법정의 시계보다 더 빨리 흐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학사일정이었다.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 A군과 B군은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이 졸업이라는 사실이 재판의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대전고등법원 청주재판부(재판장 김진석)는 A군이 낸 소송을 본안 판단 없이 각하하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A군에게 더 이상 소송을 통해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면사과와 같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학생 신분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원고(A)가 졸업으로 학생 신분을 상실했으므로 처분 효력은 소멸했다"고 밝혔다.
즉, A군은 더 이상 서면사과를 이행할 의무도, 방법도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서면사과와 같은 가벼운 조치는 졸업과 동시에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삭제되기에, A군에게는 어떠한 불이익도 남지 않는다.
A군은 "유망한 농구선수로서 광고 촬영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명예에 대한 침해를 막기 위해 본안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러한 불이익은 처분의 직접적인 효과가 아니며, 명예감정은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A군의 행위는 학교폭력으로 인정됐지만, 최종적인 책임은 묻지 못하게 됐다.
[참고] 대전고등법원 (청주)2024누50354 판결문 (2025. 7. 23.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