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전 남친에게 갈취당한 1500만원…사기·공갈죄로 처벌 가능할까
도박중독 전 남친에게 갈취당한 1500만원…사기·공갈죄로 처벌 가능할까
협박·애원으로 야금야금 갈취한 돈
차용증·이체내역 있어도 회수가 쉽지 않은 이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연애 기간 내내 불법 도박 중독 상태였던 전 남자친구 B씨에게 돈을 빌려줬다.
B씨는 A씨 명의 핸드폰으로 대출과 현금서비스까지 받아 쓰며 점점 대담해졌다. 작년 8월 헤어진 뒤에도 B씨의 요구는 멈추지 않았다. 작년 12월 말부터 현재까지 빌려간 돈만 약 1500만원대에 이른다.
B씨는 "돈 안 주면 회사로 전화하겠다"는 협박과 "내일 줄게"라는 애원을 번갈아 쓰며 돈을 갈취했다.
빌린 돈은 불법 도박과 새 여자친구와의 해외여행·제주도 여행·호텔 투숙 등에 썼다. 갚으라고 하면 "100만원만 더 빌려주면 다음 주에 200만원 줄게"라며 상환을 미뤘다.
A씨에게는 카카오톡 메시지와 계좌 이체 내역, 차용증이 남아 있다. A씨는 B씨를 법적으로 처벌하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사기죄 성립 가능성,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엇갈려
결론부터 말하면, 사기죄 성립 여부는 B씨가 처음부터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었는지, 또는 용도를 속였는지에 달려 있다. 변호사들의 판단은 엇갈렸다.
법무법인 가족 고영남 변호사는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려간 경우에는 용도 사기로 형사 고소할 수 있고, 변제기를 유예받기 위해 상환을 약속하면서 또 빌려가고 갚지 않았다면 이 또한 사기로 형사 고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필승 김준환 변호사는 "상대방이 용도를 말하지 않거나 속이고 금전을 빌려간 것이라면 용도 사기에 해당해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시 경제적 수입이나 채무 상태에 비춰 반환 의사도 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기망해 금전을 취득한 것이라면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리라법률사무소 김현중 변호사는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려간 경우 사기죄로 고소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이 갚을 것처럼 하고 빌려갔다면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돈 안 주면 회사로 전화"…협박이 있었다면 공갈죄도 검토 대상
사기죄와 별개로, 협박을 수단으로 돈을 빌려간 부분은 공갈죄 적용 가능성이 제기됐다.
리라법률사무소 김현중 변호사는 "협박을 하고 돈을 빌려간 경우라면 공갈죄로도 고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도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위해를 가할 것 같은 발언을 하고 돈을 빌려갔다면 공갈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A씨에게는 "돈 안 주면 회사로 전화한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남아 있다. 다만 중간 카카오톡 내용이 일부 없다는 점은 입증 과정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지금 재산 없어도 판결 먼저 받아두는 게 유리한 이유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상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도 병행할 수 있다. 차용증과 계좌 이체 내역이 있어 대여 사실과 금액 입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변호사들의 의견은 일치했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지금 재산이 없더라도 후일 재산이 생길 것을 대비해 집행권원(법원 판결 등 강제집행의 근거가 되는 문서)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하면 이자가 늘어나고, 판결 선고 후 갚지 않을 경우 지연이자도 부담하게 된다"며 "판결 확정 후 판결문을 집행권원으로 삼아 회사 통장을 압류하는 방법이 있고, 이후에도 갚지 않으면 재산명시신청 등의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의담 박상우 변호사는 "승소 후 강제집행을 통해 돈을 받을 수 있고, 변호사 보수를 포함한 소송비용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가 취준생인 B씨로부터 당장 전액을 돌려받기는 어렵더라도, 판결을 먼저 확보해두면 B씨가 취업한 뒤 급여를 압류하는 방식으로 회수할 여지가 생긴다.
